말벌 한 마리

말벌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by김무균

사람 바꿔 쓰지 못한다고 했다.(심지어 니체는 “인간은 고쳐지지 않는다. 변한 척할 뿐이다.”, 라고까지 했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말이 맞는 말이라면 백년지대계, 교육은 필요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타고난 본성이란 무엇일까? 본성은 바꿔질까? 조주스님에게 누군가 “개에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무無”,라고 대답했다. 불교 선종 간화선에서 자주 인용되는 화두다.


말벌 한 마리|김무균


말벌 한 마리

들창문으로 들어와

방충망 앞에서 가로막혔다.

너는 벌레이니 당연히 못 들어올 몸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다.

들창문 밖 너의 세계

저 푸른 자유로

날아갔으면 좋으련만

닫힌 세계를 넘보며

멈추지 않고

방충망을 긁어댄다.

하는 짓이 안쓰러워

방충망을 열어줄까 생각하다

안되지 안 돼,

이내 머리를 젓는다.

말벌의 세계에 속한 너는

인간세계에 들어와도 말벌,

네 종족의 생각으로 행동할 텐데

네 본성을 간절함으로 여겨

방충망을 열어주면

냅다, 한 방 쏘고 날아가

내 허례虛禮를 비웃고

그때서야 난

아이고 아파라!

아이고 나 죽는다!

잠깐 너를 나로 생각한 죄罪.


※조주(趙州, 778~897) 스님은 중국 당나라 시대의 대표적인 선승이다. 말벌 사진은 AI에게 간곡하게 부탁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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