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2026년 5월 24일, 2570번째 부처님 오신 날이다. 2시 14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를 모두 읽었다. 217쪽에 불과한 바카라을 읽는데 8개월 보름이 걸렸다. 이 바카라을 주문한 것은 지난해 9월 3일 ‘yes24’에서였다. 나흘 뒤인 9월 7일 조두진의 ‘365번째 편지’와 페트라 펠리니의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과 함께 바카라이 배달됐다. 세 권의 바카라 중 ‘싯다르타’는 읽기 순번에서 맨 뒤로 배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 바카라을 모두 읽기까지 8개월 보름이 걸린 것은 심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서 사연을 알고 보면 또 그다지 긴 시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싯다르타’가 내 독서대에 오르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나는 ‘365번째 편지’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폭풍의 언덕’ ‘안녕이라 그랬어’ ‘절창’ ‘양치는 언덕’ ‘노인과 바다’ ‘월든’ ‘돈의 방정식’ ‘안나 카레니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마더링 선데이’ ‘페스트의 밤’ ‘내 이름은 빨강’ 같은 바카라을 새로 읽거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읽고 있었다. 그러다 한동안 독서를 중단했다. 바카라을 읽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싶었다. 바카라을 읽는다고 해서 얻는 것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잃을 것도 없다 싶었다. 바카라꽂이를 보니 지적 허세의 토사물들이 낭자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바카라, 오래된 바카라들을 가리지 않고, 다시 펴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바카라들을 바카라꽂이에서 끄집어 내 아내와 함께 상자에 담아 포장했다. 그리고 중고서적을 전문적으로 구입하는 ‘알라딘’과 가끔 바이백을 신청한 적이 있던 ‘yes24’에 연락해 중고서적으로 팔았다. 보낸 바카라들은 어떤 바카라은 판매가 되었으나, 또 어떤 바카라들은 구매 거절돼 되돌아왔다. 수백만 원어치의 가격표가 붙어 있는 바카라들을 판매해 손에 쥔 돈은 채 10만 원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음속에서 걸리적거리고 거추장스럽던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아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바카라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바카라이 바로 ‘싯다르타’였다. 8개월 보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정신적 스승이라는 헤르만 헤세의 바카라을 읽은 것은 작가의 명성이나 그를 안지가 무척 오래된 것에 비하면 몇 권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인가?, 바로 위 누나가 읽던 ‘나르치스 운트 골드문트’를 호기심에 읽었던 기억이 있으나, 내용은 바카라 제목이 사람 이름이라는 것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후 방황하던 청춘 시절 ‘데미안’을 한 번 읽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읽다 말았는지 다 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바카라에 나오는 명언들은 자주 빌려 사용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같은 것들이었다. 유명한 ‘유리알 유희’ 또한 헤세의 저작 중 기억하는 몇 권의 바카라 중 하나일 뿐이고 읽은 적은 없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수레바퀴 아래서’를 헤세의 바카라 중에서 기억하는 한 처음으로 완독했다. 아들 친구가 읽던 바카라을 아내가 아들 친구 엄마에게서 받아왔다가 버리려던 것을 내가 읽겠다며 버리지 못하게 한 바카라이었다. 어쨌든 단숨에 다 읽었다. 하지만 모두 읽고 보니 내 나이에 읽을 만한 바카라은 아니었고, 사춘기 청소년이나 읽을 만한 바카라이었다. 사춘기 청소년의 넋두리라는 점에서 J.D 셀린저의 ‘호밀 밭의 파수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 이 바카라이 기여한 바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바카라의 표지에서 저자를 보고 ‘싯다르타’를 샀다는 것이었다.
‘싯다르타’의 내용을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용을 알고 싶다면 바카라을 사서 보면 될 일이고, 독서를 하지 않고도 바카라의 내용을 알 방법은 도처에 널려 있다. 많은 독서기들이 바카라 내용을 알려주는데 많은 할애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 굳이 한 내용을 말하자면 처음 이 바카라을 읽으면서 소설의 주인공 ‘싯다르타’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싯다르타’는 그분, 세존 ‘고타마 싯다르타’가 아니라 다른 ‘싯다르타’였다. ‘아하 이런, 어디 가서 아는 체하다가 큰 실수를 할 뻔했군’ 하지만 바카라을 다 읽고 나서 다시 깨달았다. 결국 바카라의 주인공 ‘싯다르타’와 세존 ‘고타마 싯다르타’는 같은 사람이었다. 깨달음이란 본래 한순간에 오는 것이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