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경이
개미 슬롯에는 장례 담당이 있다. 동료가 죽으면 그 시체를 들어 둥지 밖의 정해진 〈묘지〉에 내다 놓는다. 그런데 개미는 시체를 눈으로 알아보지 못한다. 죽은 지 며칠이 지나면 몸에서 올레산이라는 지방산 냄새가 풍기는데, 개미들은 오직 그 냄새로 죽음을 판단한다.
195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장난기 어린 실험을 한다. 멀쩡히 살아 있는 개미 한 마리에게 올레산을 발라 둥지에 돌려보낸 것이다. 동료들은 즉시 그 개미를 붙잡아 묘지로 운반했다. 개미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온몸으로 항의했다. 소용없었다. 냄새가 말하길, 너는 죽었다. 묘지에서 기어 나와 둥지로 돌아가면 또다시 붙잡혀 묘지로 실려 갔다. 그 개미는 냄새가 다 빠질 때까지 자신의 장례식에 몇 번이고 참석해야 했다.
호주의 사막에는 비단벌레의 일종이 산다. 암컷의 등은 윤기 나는 갈색에 오톨도톨한 작은 점들이 박혀 있다. 1980년대 초, 두 곤충학자는 길가에 버려진 맥주병 위에서 수컷 비단벌레들이 필사적으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지역의 갈색 맥주병은 바닥 쪽에 작은 돌기들이 둘러져 있었다. 수컷의 눈에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암컷이었다. 수컷들은 진짜 암컷이 곁을 지나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몇몇은 뙤약볕 아래 병에 매달린 채 개미 떼에게 뜯어 먹히면서도 끝까지 병을 놓지 않았다. 이 연구는 훗날 〈이그노벨상〉을 받는다.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 생각하게 하는 연구에 주는 상이다.
폭탄먼지벌레는 위험이 닥치면 꽁무니에서 섭씨 100도에 가까운 화학 물질을 터뜨린다. 몸속 두 개의 방에 따로 담아 둔 물질을 섞어 순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2018년 일본의 연구진은 이 벌레를 두꺼비에게 먹여 보았다. 두꺼비는 혀를 날름거려 벌레를 삼켰다. 그리고 얼마 뒤, 두꺼비의 배 속에서 펑 소리가 났다. 두꺼비들은 괴로워하다가 벌레를 토해 냈다. 길게는 한 시간 반이 넘게 두꺼비 배 속에 있던 벌레들은, 토해진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서 떠났다.
춤파리의 수컷은 암컷에게 구애할 때 선물을 바친다. 대개는 잡아 온 작은 곤충이다. 암컷이 그 선물을 먹는 동안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어떤 종의 수컷은 선물을 비단실로 정성껏 포장한다. 더 진화한 종은 포장만 한다. 하얗게 반짝이는 비단 풍선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 그래도 암컷들은 더 큰 풍선을 든 수컷을 고른다. 내용물보다 포장이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다.
호주 북부의 열대 숲에 사는 율리시스나비의 날개는 눈부신 파란색이다. 그런데 날개에는 파란 색소가 한 방울도 없다. 비늘에 새겨진 아주 가는 홈들이 햇빛 가운데 파란빛만 골라 튕겨 낼 뿐이다. 수컷은 이 파랑에 목숨을 건다. 파란 것만 보면 쏜살같이 달려든다. 그래서 파란 우산을 펼치면 수컷들이 날아와 그 주위를 맴돈다. 맥주병을 사랑한 비단벌레가 있다면, 파란 우산에 반한 나비도 있다.
반딧불이의 빛은 사랑의 신호다. 종마다 깜빡이는 리듬이 다르고, 수컷과 암컷은 그 리듬으로 서로를 알아본다. 그런데 어떤 종의 암컷은 다른 종 암컷의 리듬을 흉내 낸다. 그 신호를 보고 사랑을 찾아 날아온 다른 종의 수컷은, 그대로 잡아먹힌다. 과학자들은 이 반딧불이에게 〈팜 파탈〉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쇠똥구리는 똥을 둥글게 빚어 굴린다. 그리고 다른 쇠똥구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최대한 곧게, 멀리 굴려 간다. 2013년 스웨덴과 남아프리카의 연구진은 쇠똥구리가 밤에도 곧게 나아가는 비결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쇠똥구리를 천체 투영관에 데려가 별빛을 비춰 주었다. 그리고 쇠똥구리의 머리에 아주 작은 모자를 씌워 하늘을 가려 보았다. 모자를 쓴 쇠똥구리는 길을 잃고 빙빙 돌았다. 쇠똥구리는 은하수를 보고 길을 찾고 있었다. 똥을 굴리는 벌레가 별을 읽는다.
바퀴벌레는 머리가 잘려도 몇 주를 산다. 곤충은 머리가 아니라 몸 곳곳에 난 작은 구멍으로 숨을 쉬기 때문이다. 머리 없는 바퀴벌레가 결국 죽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입이 없어 물을 마실 수 없어서.
이렇게 보면 곤충의 세계는 참으로 기묘하다. 살아서 장례를 치르는 개미, 맥주병을 사랑한 비단벌레, 두꺼비 배 속에서 탈출한 벌레, 빈 상자를 선물하는 파리, 별을 읽는 쇠똥구리.
그런데 잠깐, 다시 생각해 보자. 이 모든 것을 알아내기 위해 누군가는 살아 있는 개미에게 시체 냄새를 발랐다. 누군가는 뙤약볕 아래에서 맥주병을 들여다보았다. 누군가는 두꺼비에게 폭탄 벌레를 먹이고 토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누군가는 쇠똥구리 머리에 맞는 모자를 만들었다.
곤충의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생물은, 어쩌면 그들을 지켜보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