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 앞의 인간

끝나지 않는 스크롤

by모모어린

1954년 캐나다 몬트리올. 두 젊은 연구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는 쥐의 뇌에 가느다란 전극을 꽂고 있었다. 원래 겨냥한 곳은 다른 부위였다. 그런데 전극 하나가 엉뚱한 곳에 꽂혔다. 그 쥐는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전기 자극을 받았던 상자 구석으로 자꾸만 되돌아갔다.


연구자들은 쥐가 스스로 레버를 눌러 그 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게 장치를 바꾼다. 쥐는 레버를 누르기 시작했다. 한 시간에 수천 번. 먹이를 놓아두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물도 마시지 않았다. 새끼를 돌보던 어미 쥐는 새끼를 버려 두고 레버로 달려갔다. 어떤 쥐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레버를 눌렀다. 세상은 이것을 〈쾌락 중추〉의 발견이라 불렀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질 도파민에게는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그 별명은 틀렸다.


1990년대 스위스의 신경과학자 볼프람 슐츠는 원숭이에게 불빛이 켜지고 몇 초 뒤 달콤한 주스를 주는 실험을 한다. 처음에는 주스를 마시는 순간 원숭이의 도파민이 솟구쳤다. 그런데 이 일이 되풀이되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도파민은 이제 주스를 마실 때가 아니라 불빛이 켜지는 순간에 솟구쳤다. 정작 주스를 마실 때는 잠잠했다. 그리고 불빛이 켜졌는데 주스가 나오지 않자 도파민은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도파민은 무언가를 가졌을 때 나오는 물질이 아니었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오는 물질이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켄트 베리지는 이것을 더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는 쥐의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를 없앴다. 그리고 쥐의 입에 설탕물을 떨어뜨렸다. 쥐는 혀를 날름거리며 맛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맛을 즐기는 능력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쥐는 바로 옆에 설탕물을 놓아두어도 스스로 다가가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은 남았지만, 원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그대로 두면 굶어 죽을 정도였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도파민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저 너머에 무언가 좋은 것이 있다고 속삭이며, 일어나 걸어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삭임이 가장 커지는 때가 있다. 보상이 올지 안 올지 모를 때다. 미국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는 비둘기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먹이를 주면 비둘기가 적당히 누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먹이를 언제 줄지 모르게 무작위로 주자, 비둘기는 미친 듯이 버튼을 눌러 댔다.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바로 이 원리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손에 들린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화면을 아래로 끌어내릴 때마다 무엇이 나타날지 모른다. 새 소식일 수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화면을 끝없이 내려도 끝이 나지 않는 〈무한 스크롤〉을 처음 만든 개발자 아자 래스킨은 훗날 자신의 발명이 매일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삼키고 있다며 후회를 털어놓았다.


2010년, 네덜란드의 한 연구진은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의 행복을 조사했다. 여행을 앞둔 사람들은 여행 계획이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여행을 가지 않은 사람들과 행복의 정도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행복은 여행지가 아니라 여행 전날 밤에 있었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아침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더 잠 못 드는 것처럼.


그래서 인간은 손에 쥔 것에 금세 익숙해진다. 그토록 갖고 싶던 물건도, 그토록 바라던 자리도, 가지고 나면 도파민은 조용해진다. 그리고 다음 불빛을 찾아 고개를 돌린다.


반대로 끝내 가지지 못한 것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는 사람들에게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물었다.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하지 않은 일과 놓친 것을 더 오래, 더 깊이 후회했다. 고백하지 못한 사랑, 떠나지 못한 여행, 붙잡지 못한 기회.


도파민은 인간을 앞으로 걷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인간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고, 달에 갔다. 그러나 도파민은 인간에게 한 가지 저주도 함께 주었다. 가진 것은 빛을 잃고, 가지지 못한 것은 영원히 빛난다는 것.


우리가 가장 오래 그리워하는 것은, 언제나 손에 쥐어 보지 못한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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