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오래 했는데, 이제 와서 바꿔도 될까요?

by정세복

“물류 일을 오래 했고, 이제는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도 대체로 압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분야의 일을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여기까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 와서 방향을 바꾸어도 될까요?”


익숙해지는 데 들인 시간이 있으니 다른 일을 생각하는 순간에도 현재 일이 함께 떠오를 겁니다. 새 분야가 궁금하다가도 내일 처리할 주문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지금 자리에서 잘하는 부분을 두고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질문에는 앞으로의 선택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선택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바꾸면 그동안 잘못된 일을 했던 셈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입니다. 오래 해온 일을 계속해야 그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향을 알아보는 일부터 현재 생활을 부정하는 결정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해온 일에서 익숙함을 얻은 사실과 앞으로 다른 일을 원하는 마음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일을 선택했을 당시에는 필요한 수입과 가능한 기회가 있었을 겁니다. 하면서 맞는 부분을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다른 관심이 생겼다고 그때의 조건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일터에서 문제를 빨리 알아보는 능력은 실제로 쌓였습니다. 처음에는 긴 설명을 들어야 했던 일도 지금은 짧은 연락으로 처리합니다. 그 시간에 생활도 유지했습니다. 관심이 옮겨간다고 이 사실들이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같은 일을 얼마나 하고 싶은지는 따로 남습니다.


익숙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의 선택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늘 지나던 길에서는 어느 신호가 긴지, 어느 골목이 막히는지 압니다. 그 길을 편하게 간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모든 목적지를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다른 곳이 궁금해지면 갈 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익숙한 길에 대한 지식과 가고 싶은 곳에 대한 판단은 서로 다른 내용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질문에서는 바꾼다는 말에 너무 많은 결정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일을 그만두고 새 직업을 갖는 것부터 떠올립니다. 아직 새 분야가 어떤 일인지 잘 모르는데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먼저 심사하는 셈입니다. 관심을 살피는 데 필요한 경험과 퇴사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판단의 크기는 다릅니다.


새 분야를 찾아보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일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관련 작업을 한번 경험하거나 실제 업무를 설명받는 동안에도 내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탐색이 공동 일정이나 수입에 영향을 준다면 그 부분은 확인할 내용입니다. 그러나 관심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생활을 함께 걸 필요는 없습니다.


한편 지금 일을 계속하는 결정에도 조건이 있습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힘든 부분을 오래 못 본 척했을 수 있습니다. 업무 내용은 맞는데 근무 시간이 너무 길 수도 있고, 회사의 방식이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새 분야로 옮기는 것과 현재 일의 조건을 바꾸는 것은 서로 다른 선택입니다.


지금 분야 전체를 떠나고 싶은지, 현재 자리에서 반복되는 어떤 일을 줄이고 싶은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의 비슷한 일을 보았을 때 마음이 달라지는지, 같은 회사의 다른 업무에는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원하는 변화의 모습이 보입니다. 모든 변화가 처음부터 새 경력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새 일을 직접 경험한 뒤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상상했던 부분은 재미있는데 실제 업무의 다른 부분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때 현재 일을 계속한다면 알아본 시간이 전부 헛된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맞지 않았는지 알고 남는 결정과, 궁금함을 접어둔 채 계속하는 결정에는 다른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반대로 관심이 더 구체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현재 생활에 놓고 검토하게 됩니다. 그 판단은 조금 전보다 실제에 가까워집니다. 지금 잘하는 것을 놓을 수 있는지부터 묻는 동안에는 새 일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배운 것이 현재 일에 필요한 조건을 대신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현재 일을 유지하면서 새 활동을 생활에 들이는 방식이 맞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같은 분야 안에서 업무를 바꾸고, 또 다른 사람은 충분히 확인한 뒤 이동을 택할 수 있습니다. 오래 했다는 기간이 이 셋 중 하나를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선택에 함께 들어갑니다.


내일도 익숙한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 하루를 보냈다고 새로운 관심을 취소한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들어온 연락을 읽고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퇴근할 때는 궁금했던 새 분야의 일정 하나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두 일정이 달력의 다른 칸에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