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예약과 안내 업무를 오래 맡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지는 않고 일도 잘 아는데,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을 생각을 하면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꼭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는 것은 아닌데, 이런 마음으로 바꾸고 싶다고 해도 될까요?”
힘들었던 일을 설명할 수 있으면 변화의 이유도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거나 업무가 너무 많았다면 주변에서도 이해할 겁니다. 그런데 특별히 나쁜 일이 없는데 계속하고 싶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이 불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충분히 좋은 자리를 괜히 불편하게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약표를 열고 같은 항목을 확인합니다. 자주 오는 사람의 이름을 알고, 안내가 길어지는 질문에도 익숙하게 답합니다. 하루를 마칠 때 큰 실수 없이 했다는 안도감은 있습니다. 동시에 다음 날이 오늘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기운이 빠질 수 있습니다. 그 두 감정은 함께 생깁니다.
일을 잘 아는 것과 그 일을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은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능숙하게 할 수 있어서 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미 어떤 일이 생길지 잘 알아서 새로운 궁금함이 줄어든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답답함을 느꼈다고 그동안 맡아온 일을 모두 싫어했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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