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어떤 정신 나간 애가 너를 만나냐고.
"그 정신 나간 사람 여기 있는대?" 서로 웃음을 훔쳤었다.
과거를 회상할 새도 없이
혼자가 된 현실에 적응해야 했다.
커튼 설치, 못질. 처음 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의외로 난 문짝도 잘 뜯고 곧잘 못질도 하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사람과 만나 얘기 나누는 상황이 생겨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도 있었다.
1인가구로 살아가는 삶을 맞이하기엔 나이는 많지만 첫 자취였다.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이사를 결정을 전달하자마자 새로운 세입자가 생겼다. 입학시기가 겹쳐서 매물도 없고 근린생활시설이며 근저당 물건에 머리가 복잡했다. 보자마자 계약하는 이들로 인해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이사 가는 집을 보자마자 계약하는 결단력 있는 나도 모르는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나조차 모르고 상대방에게 알아주길 바랐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다. 직원이 갑자기 수습불가한 일을 벌여놓은 상황인데 회의를 가야 하는 몸이 2개이고 싶은데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속상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왜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거지 짜증 난다. 이렇게만 생각해 왔다.
속상하겠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적어도 내 감정을 들여다볼 줄 알아봐 줄걸.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지 내 주장을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나 보다. 메뉴를 정할 때도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다는 마음이 무의식 속에 있어 불편했다. 치킨이 먹고 싶지만 상대방이 피자를 먹고 싶다면 난 괜찮아라고 넘겨버렸다. 현실과 속마음 속 마찰을 외면하고 살아왔구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하려고 노력한다.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더 행복하니까.
잃고 나서야 비로소 느꼈다.
갖고 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가치를.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식감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
피로를 벗어던지기 위한 수면을 취하고 깨면 체온을 나눌 누군가 있다는 것.
고민을 다른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혼자만의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서로 다른 의견으로 조율이 필요하다.
체력, 기분,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
몇 달간 나를 탐색했지만 아직도 미완성이다.
의외로 생각보다 강했고,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알고 변화려고 부단히 노력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몸이 가벼워졌다. 언제 또 마음이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지만 괜찮다.
매일 매시간 형태만 다르지만 결국 나니까.
카세트테이프처럼 왜 인생은 되감기가 되지 않을까. 테이프가 엉켜서 새로운 테이프로 교체해야 하는 것처럼 텅 빈 테이프만 남겨져 재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