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금희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서평집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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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27쪽)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사람들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과 성격 등 제각각 다르다. 비교와 경쟁하며 살기에 너무나 적합한 환경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누군가와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 감정의 시소를 타는 삶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비교와 경쟁은 태고부터 내려온 인간의 본성일까.
이런 마음을 어루만져주듯, 김금희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은 인생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일이라고 위로한다. 마음 한구석에 상처를 끌어안고 견디는 삶을 살아온 '경애'와 '상수'의 삶을 통해 '경애(敬愛)'의 마음을 전한다.
소설가 김금희는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인천에서 성장해 인하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4년 첫 번째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로 신동엽문학상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대상을 수상했다. 그 외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중편소설『나의 사랑, 매기』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이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 사건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경애'와 그 화재 사고로 소중한 친구를 잃은 '상수'의 이야기다. 이들이 한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상처와 고통을 이해하고 회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수는 반도 미싱영업부에서 낙하산이라는 모멸감을 견디며 모자란 듯 살아간다. 경애는 회사의 부당함에 맞서 파업에 참여했다가 창고 업무로 밀려나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틴다.
상수는 온라인 게임 밖에서 '언니는 죄가 없다(언죄다)'라는 페이스북 연애 상담 페이지를 운영하며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경애는 연인과 이별 후 무기력에 빠져 '언죄다' 페이지에 편지를 쓰는 것으로 위로받은 적이 있다. 상수와 경애는 서로의 연결고리를 모른 채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 서서히 마음을 연다.
그런 기술과, 삼수 끝에 들어간 대학의 독서동아리에서 읽은 필독 인문서들을 적절히 조합해 내린 결론은 사랑이라거나 연애라거나 하는 것에 복무하는 이들이 일종의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통로로 물질 교환이 일어났으며 권력관계가 조성되었고 결국에는 어느 한 편이나 쌍방의 착취로 관계가 종료되기까지 끊임없이 성실과 근면을 강요받았다. (152-153쪽)
상수는 어려서부터 숱한 사랑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서사를 바카라 속에서 경험한다. 그러는 동안 사랑에 대한 일종의 기술을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나 연애의 감정마저 일종의 노동으로 치부되는 지점은 못내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일종의 감정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근거 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양한 통로로 물질 교환이 일어나고 권력관계가 조성되어 성실과 근면을 강요받는 남녀관계의 실체는 뭘까. 자본주의적인 사랑의 부산물일까. 더 많이 사랑한 죄로 감당해야 하는 불안함과 외로움의 부산물일까.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 조건에 질문을 던지게 한다.
『경애의 마음』은 2017년 봄부터 겨울까지 계간지<창작과 비평>에 연재하며 문단의 호평과 독자의 기대를 받았다. 단순히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서는 이야기다. 크고 작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투영된다.
가족, 학교, 온라인 게임, 슬롯의 위계관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이 상수와 경애의 서사 속에 담겨 있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공경하는 '경애의 마음'으로, 서로의 옆에서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며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가슴 한쪽에 자리하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거나 남녀관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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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9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