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사랑의 완성'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최종수상작


한강은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스웨덴 한림원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81116


'지극한 사랑의 완성'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가 선정되면서 환호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독서교육 학습공동체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작품 함께 읽기>를 1년 이상 진행해 오며, 우리나라에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게 느끼던 터였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시상식을 진행한 2024년 12월에 한강 작가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며 작품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서 언급했듯,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삶의 연약함이 시적 산문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 '경하'가 2014년 여름, 꿈을 꾼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위로 흩어지던 눈발이, 잘린 우듬지마다 소금처럼 쌓여 빛나던 눈송이들이" 생시처럼 생생하게 보이는 꿈을 꾼다. 경하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 광경에 마음이 쓰인다. 고민 끝에 그녀는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던 친구 '인선'에게 짧은 기록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일정이 좀처럼 맞지 않아 사 년이 흐른다. 그리고 어느 날 인선의 문자를 받는다. 인선은 제주에서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고 서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p.87


인선은 경하에게 제주 중산간 마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내려가 혼자 남은 새 '아마'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날따라 폭설과 강풍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제주에 내려간다. 천신만고 끝에 그녀는 눈보라 속에 고립된 인선의 외딴집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경하는 칠십 년 전 벌어진 제주 민간인 학살과 인선 어머니의 슬픈 가족사를 마주한다. 흔들리는 촛불 아래, 가족을 찾기 위해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열세 살 아이의 사연을 듣게 된다. 인선 어머니의 인내와 슬픔 속에 떠나보낼 수 없었던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휘몰아친다. 수십 년에 걸쳐 가족의 생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보라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그들의 삶을 기억하게 한다.


이 바카라은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 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말처럼 제주 4.3사건의 무고한 희생자들이 소설 속 슬프고도 아름다운 서사 속에 작별할 수 없는 사랑으로 영원히 간직된다. 이 소설과 작가의 삶이 한데 묶여 있던 7년이라는 고통의 시간은 지난 역사적 트라우마 속에 갇힌 연약한 인간의 삶을 복원시킨다. 죽은 자와 산 자를, 육체와 영혼을 연결해 주며 지극한 사랑으로 완성된다.


- 서평집 《인문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 pp.94-97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360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