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리뷰]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알에이치코리아)
외계인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SF영화에서는 부정의 대답을 내놓는다. 자신이 속한 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다른 종, 다른 행성을 파괴하는 행위는 정당화된다. 촉수가 달린 징그러운 생김새의 인외종이 푸른빛 지구를 탐내 쳐들어오거나, 역으로 인간들이 지구 밖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외계인들과 피 튀기는 전쟁을 일삼는다.
서로 검지를 맞대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외계인은 아이들이 보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화 내지는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등장할 뿐이다.
바카라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상정한 상황적, 시대적 배경 역시 암울하기 그지없다. 멸망할 위기에 처한 지구,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해 우주선에 오른 동료들은 전원 사망, 어떻게든 하루빨리 방도를 찾아 지구로 보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인데 주인공은 기억상실증까지 걸린다.
이제 지구는 꼼짝없이 사라지게 되겠구나 싶은 순간, 주인공과 로키가 만난다. 로키가 처한 상황 역시 주인공과 같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로키의 행성, 동료들은 모두 사망, 해결 방법은 찾지도 못한 채 로키는 홀로 망망대해 우주를 거닐 뿐이다.
생면부지에 외따로 남아 외로웠던 그들은 서로의 상황과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친구가 된다. 그리고 힘을 합쳐 자신이 태어난 곳의 멸망을 막아내며 세계의 영웅이 된다.
바카라의 큰 흐름만 본다면 ‘그냥 해피엔딩 형태의 단순한 우주 슈퍼 히어로물이구만, 뭐.’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작중 상황과 현실 세계를 교차해 바라본다면, 작가의 메시지가 새삼 의미 있게 우리들 마음에 와닿는다.
어떻게 그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강력히 사로잡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들은 세계를 절박한 궁지로부터 구해낼 수 있었을까.
서로 생김새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모든 게 다른 주인공과 ‘로키’. 아마도 첫 시작은 외계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둘 다 지극히 외로웠다는 것, 한정된 자원과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는 공통점 역시 점차 그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접착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일까.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주인공을 구해주는 로키, 고향별로의 생환을 포기하면서까지 로키를 돕고자 한 주인공, 그 깊이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마음들이 그저 문제해결을 위해 일시적으로 단합한 임시 공동체로 설명 가능한가.
답은 단순하다. 나도 알고 있고 당신도 알고 있다. 그 모든 건 나와 다른 남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었다.
자는 모습을 누군가 빤히 쳐다보는 행동이 인간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울지라도, 로키네 문화를 존중하고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주인공의 마음. 시간관념도 소통의 매개체도 서식 환경도 다르지만, 그 다름을 삐뚜름하게 쳐다보며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서로의 마음. 그 마음들이 모여 서로를 구했고 그들의 세계를 구했다.
바카라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온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어떠한가.
결국 우리가 사는 삶도 따지고 보면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나와 다른 나라, 나와 다른 지역, 나와 다른 온라인 게임,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배척하고 거부한다. 이 지구상엔 전쟁이 끊이질 않으며, 자연은 끊임없이 파괴되고, 학연, 지연, 혈연의 공동체들이 똘똘 뭉쳐 자신과 다른 이들을 밀어낸다.
작가는 그런 현대인들에게 슬며시 이 바카라을 내민다. 글로 이야기를 전한다. 로키와 주인공의 우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평소에 어떠한 가치를 놓치며 살아온 건지 상기시킨다. 깃털같이 가벼운 문체, 전문적인 과학 지식으로 현실성을 더하면서도 재치 있는 유머를 놓지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자신의 낙관을 버무려 한 편의 동화를, 한 편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모든 인간은 섬과 같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타인과 나 사이에는 우주같이 넓고 광활한 거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주어진 삶 끝끝내 상대방의 전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도 서로에게 외계인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타인을 배척하고 공격할지, 타인을 존중하며 이해하고 공감할지,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가 주인공과 같은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남부럽지 않은 귀중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의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반자를 얻을 수 있다.
한동안 뉴스를 멀리했다.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들, 서로를 향한 불신과 혐오에서 비롯된 무수한 범죄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자에 대한 거부와 배척들이 가슴을 갑갑하게 죄여 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가. 참담해지는 이 시대의 현실에 그저 눈을 돌리고 귀를 막았다.
여전히 내 뇌리에는 질문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나와 다른 존재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앞에 놓인 엉키고 엉킨 실타래같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바카라을 읽으며 오늘도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올바른 선택을 내릴 용기를 얻는다. 나라는 한 사람이 내리는 선택으로 조금 더 윤택해질 세상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로키의 말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아름다운 피아노 화음과도 같은 답이 내 결심을 응원하듯 멀리 보이는 산 능선 사이로부터 퍼져나간다.
우리 포기 안 함.
우리 열심히 노력함.
우리 용감함.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midjourney,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인용 출처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 알에이치코리아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