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리뷰] 천국에서 온 택배, 히이라기 사나카 (모모)
죽음의 문턱에서 다양한 이들이
다양한 것들을 남기고 떠나갔다.
천국에서 택배가 온다면?
바카라은 기발한 작은 발상에서 시작된다. 보내는 이, 받는 이가 있는 택배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된다.
행여나 내용이 무겁고 침울해지지는 않을까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일었다. 본격적으로 바카라장을 넘기기 전 쿠크다스처럼 여린 나의 마음을 잘 여며 단도리했다.
에피소드들을 겅중겅중 뛰어 넘을수록 나의 지레짐작들은 점점 흩뜨려져 본래 제 자리를 찾아갔다. 죽은 이의 물건이 꼭 슬픔만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추억, 그리움, 고마움, 아쉬움, 그럼에도 다시 삶을 살아갈 동력이 되기도 한다.
글이 술술 읽힌다. 혹시라도 '죽음'이라는 단어에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질 수도 있는 독자들 내면의 짐들을 가벼이 들어준다. 연하고 부드러운, 희망찬 파스텔 빛깔들이 마음 구석구석을 채운다.
떠난 자들과 남겨진 자들의 간극은 깊고 광활하다. 작가는 그 사이에 사이에 추억의 다리를 놓는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모두의 마음에 뎁혀진 따뜻한 추억 조각들을 하나씩 끼워넣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라 눈과 마음이 덜 피곤했다. 자극적인 정보의 홍수속에서 벗어나 잔잔하고 평온한 활자 속으로 나의 지친 심신을 누인다.
소설 속에서 택배를 주고받는 이들의 관계는 제각기 다양하다. 친구, 가족, 연인, 동창 등 우리의 일상에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관계의 단면들이다. 역시 남들도 사는 건 맹 똑같구나 위로받기도 하고 그들 일상의 순간순간을 스쳐지나가는 생각과 마음에 공감한다.
소설에 등장한 사람들 삶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한 사람 한사람이 담고 있을 이야기의 특별함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나에게도 사정이 있듯 저들에게도 사정이 있을 것이다. 모든 이들 각자의 삶은 유일하고 특별하다.
어째서 꽃은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 수 없는 걸까. 생기를 잃을 때마다 하나씩 추려냈던 꽃들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꽃마저 시들고 나면 쓰레기통에서 다시 만났다. 꽃이 있었다는 기억만 남을 뿐, 손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손안에 영원히 남는 건 없다. 씁쓸하고 공허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피어남 뒤엔 시듬이 반드시 뒤따라온다. 삶이 정해둔 간결하고도 명확한 규칙이 간혹 냉정하고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유한함에 깃든 소중함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함을 품고 살 수 있다. 순간순간 마주하는 인연의 면면을 귀히 여길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강을 건너 저세상으로 간다고 하지만, 때로는 이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는 더더욱 죽음이 무섭고 두렵다. 나의 소중한 인연들이 내게 깊은 추억을 새기고 내가 모르는 세계로 떠난다는 것이 무섭다. 귀한 사람들을 등지고 나홀로 죽음이라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될 것 역시 두렵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순 없다. 언젠가든, 당장 지금 이 순간이든 나는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영영 피할 수도 없다.
바카라에서는 죽음으로 모든 존재의 끝이 결정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 사람 죽음 뒤에 그 사람의 추억이 사람들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죽음을 대하는 방법을 조금씩 체득해간다.
바카라 제목이 <천국에서 온 택배>이지만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며 오히려 나는 천국택배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졌다. 나의 죽음 뒤로 남겨진 자들에게 택배를 남기기 보다는, 주어진 그때 그때의 순간들에 충실하며 나에게 주어진 인연들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빛나고 있을 나와 당신의 반짝이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과 미소의 빛으로 가득 채워나가기를 마음 깊이 바라본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midjourney
인용 출처 :『천국에서 온 택배』히이라기 사나카, 모모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