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
어느 주말 오후, 카페에 들러 글쓰기를 한 후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다음 주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서 배달시켰다. 그중 배달이 되지 않는 몇 가지 물건은 직접 들고 가야 했다. 계란한판과 고기 등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몇 가지 재료들이었다. 이미 노트북이 든 가방을 멘 남편은 나머지 짐을 다 들고 출발했다. 둘이서 나눠서 들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라며 나눠 들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물론, 엄청나게 무거운 짐은 아니지만, 굳이 사람이 둘인데 혼자서 무겁게 들고 가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작가로 대접하고 싶어."
"작가는 어떤 대접을 받는 걸까요? 난 이미 작가인데..."
"작가는 작가인데, 성공한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
"하하. 성공한 작가를 만들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앞으로 성공할 작가님은 고상하게 글만 쓰세요, 허드렛일은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오늘 쓰는 사람이 작가라고 했으니, 뭐라도 매일 쓰고 있는 나는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작가가 되고 싶은 바람이 더 큰 것인지도 모른다. 바카라 한 권 쓰고 특별하게 자랑할만한 결과물은 없지만, 그 후에도 늘 쓰고 읽고, 잘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언젠가부터 남편은 무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 글은 이렇게 써야지."
"읽고 나면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듣잖아."
"바카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읽어도 내용을 금방 알 수 있어서 좋아."
"글은 쉽게 써야 해."
가끔 내가 쓴 글을 읽은 후, 과한 피드백이 돌아온다. 과장인 줄 알면서도 또 그 말이 싫지 않다. 진짜처럼 느껴져서 '나, 글 잘 쓰나 봐' '계속 써도 되겠어' 으쓱한 기분이 들어 헤벌레 웃음이 난다. 요즘은 바쁜 업무 때문에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고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미안한 상황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위로받았고,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했다. 그 기분을 경험하면서 계속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쓰는 시간이 쌓이면서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 과정을 지켜본 남편은 늦게나마 꿈을 찾아 실천하는 모습을 대단하다 추켜세우며 한없는 응원을 보낸다. 내가 글 쓰는 시간 동안 혼자서 심심해하길래 “같이 써보는 것은 어때?” 하고 권했더니, 지레 겁을 먹는다. “글은 아무나 쓰나, 작가님이나 열심히 쓰세요." 한다. 성공한 작가가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쓰면 될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 같이 쓰면 좋을 텐데.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나의 욕심이라는 걸 알기에 빠르게 포기했다.
아무튼, 성공한 작가로 대접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은 바쁜 업무로 잠시 멈추었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성공한 작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쓰는 사람으로 살다 보면,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때가 오지 않을까.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 쓰는 사람으로 부족하다는 느낌, 뭔가 아쉬운 글, 요즘 스스로 느끼는 이런 감정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늘 힘을 주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충분히 아는 것도 많고, 충분히 잘 쓰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거기에 이런 것도 써봐, 이런 내용은 어때?라고 글감까지 추천해 주는 그 마음이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그럴 때는, 어쩌면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나를, 나보다 더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지만, 쓰는 사람으로, 작가로 대접해주고 싶다는 그의 말이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