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개의 마음

by단미


서른 명쯤 되는 친구가 모여있는 대화방이 있다. 서울에 흩어져 살던 친구들을 하나둘 모아 만든 모임이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니, 말 그대로 소꿉친구라 할 수 있겠다. 타지에서의 삶 속에서 정서가 닮은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고, 때로는 말없이도 서로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우리는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서로의 가족 안부를 묻는 일까지 자연스럽다. 이미 서로의 시간을 오래 알고 있는 사이라 가능한 일이다.


10년쯤 되었으니, 오랜 시간 잘 유지되어 오고 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그 시간 동안 의외의 상처를 받는 순간이 있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똘똘 뭉쳐진 마음이 하나일 줄 알았으나, 그 마음이 서른 갈래쯤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많아서 좋으면서도 힘들었던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때때로 서로 다른 마음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접어두고 상대를 다독이며 관계를 지켜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문득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던 대화가 밤새 이어질 만큼 끊이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모두가 즐겁고 만족스러워했다. 누군가 힘든 일을 겪으면 모두가 나서서 위로해 주고 힘을 보냈고, 애경사가 생기면 한마음으로 축하하고 위로하며 함께했다. 친구란 이런 것이지, 하는 것을 보여주듯이 똘똘 뭉쳐서 보낸 시절이었다.


진심으로, 열정으로, 친구라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보낸 시간이었다. 나 또한 힘든 시절을 보내며 친구들에게 많은 힘을 얻었고, 응원과 격려를 받기도 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다지던 그때는 그 마음이 모두 진심이었을 거라 믿는다.


10년쯤 세월이 흘렀으니, 마음도 열정도 흐릿해진 것일까. 같은 상황을 맞이해도 예전처럼 적극적이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긴 시간 동안 서로 다른 환경이 되었고, 친구를 살펴야 하는 시간이 부담으로 여겨지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뜸해진 친구의 안부를 묻고 무슨 일로 힘들어하는지 살폈을 테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현실이 되었다.


애쓰는 사람은 여전히 애쓰고 챙기는 사람은 여전히 챙기고 있는 현실이 피곤함으로 다가왔다. 오고 가는 마음이 있어야 친구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한 채, 늘 바라고 원하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예전 같으면, 원하는 것을 베풀고 마음을 들여 함께 할 수 있도록 챙겼겠지만, 이제는 굳이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오랜 시간을 공유했던 친한 친구라도 자신만을 챙기는 일방적인 마음은 상대를 지치게 하고 멀어지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들 한다. 많지 않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일상을 공유하며 심적으로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친구와 함께하기를 바랐던 예전과 달리, 세월과 함께 내 마음도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서른 명의 친구 모두를 붙잡고 싶지는 않다. 뜸해진 친구의 안부를 애써 묻지 않아도, 소식이 없는 친구를 일부러 찾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낀다. 이제는 굳이 젊은 날에 그랬던 것처럼 애쓰며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른 명이 하나의 마음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애쓰며 관계를 유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닿는 마음만 남겨두고 싶다. 서로 마음이 닿아야 친구 관계도 유지되는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