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에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전광판 안내에 따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줄 서서 기다리다가 승객이 내리고 나면 떠밀리듯이 열차 안으로 들어간다. 겨우 자리를 잡고 서 있지만, 몸을 비틀기조차 불편할 만큼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매일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유난히 힘든 날이 있다.
"우리 딸은 아빠를 좋아해요."
"왜냐하면 엄마는 못 하게 하는 게 많은데 아빠는 다 해주니까요."
"어떤 날은 딸을 데리고 나가서 삼겹살에 술 한잔하기도 해요."
"초등학생이랑 술을 마셔요?"
"아, 딸은 고기를 먹고 제가 술 한잔한다고요."
"하하~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방향이 같은 온라인 게임동료와 함께 퇴근하는 중인 듯하다. 주로 말하는 사람은 남자고 여자 동료는 적당히 추임새를 하며 듣는 편이었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온라인 게임동료와 퇴근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를 시시콜콜 늘어놓고 있다.
얼마쯤 지나서 여자 동료가 "내일 봬요" 인사를 건네고 내렸다. 대화상대가 없으니 이제 좀 조용해지겠지,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바로 전화기를 꺼내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우리 딸, 아빠야~"
"뭐 하고 있었어?"
"엄마랑 뭐 먹었어?"
"그랬구나, 잘했네."
"엄마가 뭐 해줬어?
"그래, 그래."
"하하하"
"그래, 아빠 지금 퇴근하고 있어."
"아빠 빨리 갈게."
"이따 보자."
주위에 사람 많은 불편함은 나만 느끼는 것일까. 그 많은 사람 사이에서 목소리 크게 대화하고, 급한 일도 아닌데 시시콜콜 전화 통화까지. 속삭이는 척이라도 하면 덜 얄미울 텐데, 주변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퇴근길 지하철은 하루의 피곤함을 안고 겨우 버티고 있는 시간이다. 머리 하나쯤 더 높은 곳에서 계속되는 수다는 피로와 엉켜 뒤통수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기름값이 많이 올랐다.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평소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 늘어난 거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이 불편하고 힘든 날이 많다. 특히 많이 바쁘고 고단한 하루를 보냈을 때는 퇴근길에 그 힘듦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시기적으로 바쁘고 일도 많은 요즘, 퇴근 시간이 되면 피곤함이 온몸에 덕지덕지 들러붙는다. 얼른 집에 가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물론, 피곤함을 동반한 일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럼에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타인으로 인한 불편한 상황은 만나고 싶지 않다.
그는 성실한 온라인 게임인이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하철에서는 친절한 수다나 자상한 통화는 좀 자제하는 것이 어떨지.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할 만큼 많은 사람이 승차하고 있는 지하철에서 그리 급하지도 않고 지금 꼭 확인해야 할 내용도 아닌 시시콜콜한 것들을 '나'까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수시로 들리는 안내 방송은 귓등으로 듣는 것일까. 대화는 소곤소곤, 급하지 않으면 통화는 내려서하라고 알리는 수고가 부질없어지는 순간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금만 신경 쓴다면 모두의 뒤통수가 개운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