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삶 속에서

by단미

* 이 글은 <이번 달도 잘 넘겼다> 온라인카지노북 연재글입니다. 분량제한으로 단미생각에 이어서 연재합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글을 마무리합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삶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든, 나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못해 후회했던 시간도 있었고, 열정을 다해 회사에 헌신하며 살았던 시간도 있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버텨낸 온라인 게임 생활이었다.


때로는 타성에 젖어 무료함에 익숙해지고, 권태를 느끼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마저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서 나의 삶 역시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늦게나마 좋아하는 일을 찾고, 배움의 길을 선택했던 시간도 있다.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힘든 순간들마저 결국은 해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것은 내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만년 과장이라는 자리에서 넘치는 일을 감당하며, 내 일이 아니어도 해내야 했던 시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했던 것은, 결국 현실의 무게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민첩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며, 후배들에게 밀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상대가 누구든 필요한 것을 배우며 꿋꿋하게 버텨왔다.


오래 다닌 회사라는 이유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보이지 않는 노력을 쌓아가던 시간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의 무게는 더해졌고, '나는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누군가 내 자리를 대신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괜한 조급함과 자격지심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나를 확인하곤 했다.


긴 세월 월급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쌓인 것은 시간뿐이라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뒤늦게 노후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게 벌어도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멈추지 않고 일해온 시간은 분명 나에게 보람이었고 자부심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했던 온라인 게임 생활이 이렇게 긴 세월 이어질 줄 몰랐다. 다만 그만큼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일이 늘 우선이었고, 나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이제는 조금 늦었을지라도, 나를 챙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국 월급만큼의 존재로 남을 테지만, 그런 나 역시 나이기에 소중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며, 온라인 게임 밖의 나를 조심스럽게 그려본다.


일 없는 삶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삶보다는, 조금 더 나를 돌보며 살아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듯이, 앞으로의 변화 속에서도 나는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날들에는 과거를 돌아볼 틈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변화가 반갑다.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제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해야겠다고 느끼는 이 마음. 그것은 비로소 삶의 여유가 내 안에 자리 잡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시간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다시 치열한 나날이 이어질지, 아니면 조금은 느긋하고 평온한 시간이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나는 계속 살아갈 것이고 다가올 시간을 기꺼이 맞이할 것이다. 흐르는 삶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