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 가니 자꾸만 식물을 들여놓고 싶어진다. 택배로 주문한 토마토 모종 세 개가 도착했다. 좁은 베란다를 오가며 스티로폼에 채운 흙에 모종 세 개를 하나씩 심었다.
햇빛이 뜨거운 곳을 오가며 장갑 낀 손을 씻어가면서 이리 애를 쓰는 걸 보면 ‘나는 키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주로 보자면 S는 드넓은 산에 작은 묘목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가 S는 자꾸만 새로운 식물을 심고 싶어 한다. 어쩌면 교사라는 직업을 잘 선택한 것이다. 평생 학생들을 키우고 있으니.
사주에서는 형살이 있거나 편관 칠살이 있으면 활인업을 하라고 한다. 활인업이란 인간을 살리는 업인데 교사도 그중 하나이다. 십이운성으로는 ‘양’이 두 개인데, 이것도 역시 기를 양이다.
그런데 또 그리 잘 기르는 것은 아니다. 남자친구가 빨간색 옷걸이와 패트 병등으로 만들어 놓은 화분의 딸기는 시들시들하다. 작년에 텃밭에서 캐논 뒤 제 때에 옮겨 심지 못한 탓이다.
뚝딱뚝딱 열심히 만들어 놓았지만 못생긴 작은 딸기 몇 개만 달릴 뿐이었다. 그 못난이 딸기의 맛은 달콤했으나.
그래도 S는 포기를 모른다. 토마토와 오이 모종을 샀고 오늘도 운동 삼아 마트에 가서 눈여겨보았던 씨앗들을 사 왔다. 당근, 상추, 깻잎, 로즈마리 등등. 자그만 베란다가 곧 숲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관성이 약한 S는 나무를 더 들이고 싶은가 보다. 지난 명리 공부 모임에서 ‘나는 관성을 반기지 않는다’ 그리 부르짖고서는.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잘 안다. 명리는 오행, 목, 화, 토, 금, 수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추구한다. 명리학은 이런 점이 좋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면 오행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한난조습. 춥지도 덥지도 습하지도 조하지도 않아야 한다. 균형의 미를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오늘 식물을 심으면서 ‘부족한 목 기운을 더하고자 하는 마음인가 보다’ 하고 있다. 베란다 식물은 자기 힘으로 자라나야 한다.
식물도 빛, 바람, 물, 공기가 모두 충분해야 잘 자란다고 하니 베란다 창문을 살짝 열어뒀다. 작은 틈으로라도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하면서.
부족한 관성을 식물로 채워보고자 한다. 하지만 각자 알아서들 자라줘야 한다. S는 그리 세심한 정원사도 아니고 관성을 그리 반기지 않는 자유로운 자이다.
살아남는 녀석은 사랑을 받을 것이고 죽는 자는 가차 없이 버려질 것. 인생사 참 녹록하지 않지만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는 베란다의 식물을 바라보는 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