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6s에 영생을

-낡은 스마트폰에도 아직 쓸모가 있다

by이건해




아이폰 6S를 산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대학 때부터 피처폰과 PDA를 조합해서 쓰던 나는 아이팟을 쓰다 버스에서 잃어버린 뒤로 그때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던 아이폰 3GS를 사서 PDA를 버리고 스마트폰의 흐름에 올라탔는데, 이후로는 4S, 5를 거쳐 6S에 정착했다. 심지어 맥북까지 썼으니 ios의 요람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은 사람이 되었으나, 아이폰 7이 이어폰잭을 버린 것에 충격받고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로 전향했다. 요즘에는 이어폰잭 따위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지고 나 역시 무선 이어폰을 잘만 쓰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게 심각한 변절이자 불편을 초래하는 개악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 6s와의 인연은 버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처분할 만한 시기에 처분했다가 다시 중고로 구입한 것이다. 그때 아이폰으로만 가능했던 일이 있어서 어쩔수 없었는데, 그 앱의 실효성이 사라진 이후로는 아이폰을 특수한 목적의 보조 장치로 쓰게 되었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내가 원고 작업에 쓰는 ‘스크리브너’라는 문서 편집 앱을 대체할 만큼 훌륭한 범용 앱이 나오질 않아서 어디 나갈 때 아이패드를 챙기기 힘들때 대신 아이폰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메모장 같은 앱에 복사해두면 굳이 그럴 것도 없으나, 하루 일과가 불확실할 때 문서를 미리 따로 복사해두는 것도 쉽지 않다.


아무튼 그렇게 쓰던 아이폰이 저번 주에 보니 벌어져 있었다. 가만 놔둔 스마트폰이 저절로 해체되고 있다면 원인은 배터리 스웰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노후되어 부푼 것이다. 이 상태로 놔두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손보는 게 좋다.


다만 이제와서 그 제한적 용도로 아이폰 배터리 교체에 2만원 넘는 돈을 쓰자니 대단히 아까웠다. 6s의 업데이트가 언제 완전히 끊겨서 변변한 앱도 실행하지 못하게될지 모르는 판이니 순식간에 헛돈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중고로 다음 세대 아이폰을 사볼까 싶어 장터를 뒤적였으나……, 어쩌다 한번 쓰는 물건에 수십만 원을 쓰는 것도 제정신은 아닌 듯했다.


그리하여 교체용 배터리를 주문해서 직접 교체했다. 배터리 기술이 개선되어 기존보다 더 용량이 큰 배터리도 있었으나 일부러 용량이 작은 걸 골랐다. 용량이 크면 언젠가는 부풀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 때문이다. 요컨대 계속 안고 갈 작정을 한 셈이다.

아이폰 6s에 영생을.jpg

(영리, 교육 목적이 없는 개인치고는 아이폰을 정말 자주 열어봤다)


요즘처럼 방수처리가 완벽해지기 전 모델은 이미 남의 것까지 교체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화면 케이블을 제대로 결착하지 않아서 분해조립을 괜히 한 번 더 하게 되었지만 이 정도면 순조로운 작업이었다.


다시 건강하게 살려낸 아이폰6s는 이제 원래 쓰던 대로 원고 뭉치 대용으로도 쓰고, 응원하는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을 무음으로 틀어놓는 데에도 쓰고 있다. 정말이지 낡은 기기지만 성능이 부족한 느낌이 들지도 않고, 디자인도 아이코닉한 감성이 여전히 마음에 든다. 요즘 쓰는 스마트폰은 이보다 훨씬 커서 화면 세로 길이는 아이패드 화면의 짧은 길이와 맞먹지만, 아이폰6s를 집적거리다 보면 주머니에 넣어도 부담없고 가벼운 이 정도도 제법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스마트폰이 커진만큼 다른 기기의 필요성도 줄고 카메라도 압도적으로 좋아졌으나, 스마트폰의 크기만큼 행복의 크기도 커졌는가 생각하면 자신있게 답하진 못하겠다. 노안이 아직 안 와서 할 수 있는 소리라면 딱히 반박할 수 없겠으나…….


아무튼 기껏 고친 아이폰을 지금 이 용도로라도 오래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느날 못 쓰게 될지 알 수없다. 어느날 갑자기 ‘앱을 업데이트 하셔야 합니다’ 하는 메시지가 뜨고, 업데이트 하자니 ‘이 기기에선 업데이트 되지 않습니다’ 콤보를 맞을지 모른다. 싫지만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때가 되면 새 용도가 생길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의 중흥기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될 것인가……. 그날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론 이별을 준비한다.


*추신

제10회 온라인카지노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받고 2023년 2차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저의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이 지금도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낡고 고장난 물건을 고치거나 버려진 것들을 수선하고 중고 거래를 지속하며 느낀 소비 생활의 고민과 의미에 대한 수필집입니다.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소비에도 회의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매해주시면 저의 생계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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