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고 달리는 무릎에는 평화가 오지 않는다
오른쪽 무릎 문제로 고생 아닌 고생을 한지가 2년쯤 되어간다. 등산으로 무리하고 자전거로 확인사살을 하는 통에 지방패드가 손상된 것이다. 덕분에 외출했다가 후배의 진통제를 얻어먹기도 하고 다리를 절고 계단을 뒤로 걸어다니며 지하철 이동권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는데, 때이른 재생주사도 맞고 온갖 무릎보호대를 시험하면서 보행을 방해하는 통증은 사라졌다.
그러나 작년부터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오른쪽 무릎에서 이물감이 강해지다 약해지길 반복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보호대를 하고 등산을 하고 나면 오히려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어서 이물감이 심해지면 러닝을 포기하고 등산스틱을 쓰며 뒷산을 걷는 것만으로 운동을 대체하기도 하고 느리게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고작 10분이라도 트랙을 뛰어야 채워지는 개운함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라 도통 성에 차지 않는 짓이었지만, 하루빨리 낫길 바라며 욕구를 다스렸다.
그리하여 겨울에는 잠시 무릎보호대를 차지 않고 걸어다녀도 이상이 없을 정도로 낫기도 했으나, 10분 뛰길 몇 번 하고 나니 이물감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래서야 살 수가 없다. 결국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자기도 운동하다 다친 뒤로 무릎에 물이 차서 mri를 찍고 별 고생을 다했으나 다친 곳이 점 하나 수준으로 매우 작아서 무슨 수를 쓰지도 못하고 운동을 바꿨다며, 엑스레이로는 문제를 알 수 없으니 운동을 하고 싶으면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라고 충고하고 진통소염제를 처방했다.
평지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게 관절에 이롭다는 건 굳이 의사나 AI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택할 수 없는 운동이다. 평지까지 가려면 언덕과 건널목들을 제법 지나야 하고, 그런 뒤에 하천변을 15분쯤 달렸다가 같은 길을 돌아오자면 도통 뭘 한 기분이 들지도 않고 실제로 운동도 별로 되지 않는다. 그 이상 시원하게 시간을 뺄 수 없다. 수영 역시 돈도 들고 앞뒤로 시간이 심하게 소모된다. 게다가 심지어 배워야 한다는 문제가 심각하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비슷한 얘기를 간추려 했지만, 의사는 시간도 돈도 없는 사람의 운동 상황을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고통은 겪어본자만 이해할 수 있다)
아무튼 약을 먹고 2주 이상 등산스틱을 짚고 다니니 나아지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 상태가 오래 가지 못했다. 다시 병원에 가니 이번에는 다른 의사가 문진만으로 ‘쉬거나 상태가 악화되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운동하거나’ 둘 중 하나 뿐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2주 약을 먹으며 걷기만 하고, 약간 나았으나 그 다음주부터 또 2주 약을 먹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는 나아질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였다.
그리하여 큰마음을 먹고 다른 병원에 갔다. 이번에 간 곳은 스포츠 재활이라고 적힌 의원이었는데,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곧바로 슬개골이 틀어졌다고 했다. 근육의 불균형으로 무릎을 굽히면 슬개골이 바깥쪽으로 움직여 원래의 길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관절이 비정상적 마찰을 일으키고 염증으로 악화되는 것이란다. 운동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겪는 슬개대퇴통증 증후군에 속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은 약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라 스트레칭을 자주 해서 근육 상태를 조금씩 고치고, 통증은 체외충격파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에 알았다고 했다. 엑스레이를 보고도 이유를 못 찾거나 무작정 쉬라는 의사 말보다는 명백히 나았다.
이후로 없던 고통도 몸속에서 샘물 퍼내듯 끌어내는 충격파 치료를 받고, 스트레칭을 하며 운동을 하게 되었다. 아주 미약하게 나아지는 듯하긴 한데, 7만 원이나 하는 체외충격파가 나의 짧은 운동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을 없애주진 못하는 것같아서 이제 치료는 중단하고 스트레칭만 하는 중이다. 바깥쪽 대퇴사두근을 풀어주면 나아지는 느낌이 들긴 든다는 게 위안거리다. 그러나 20분 걸어 뒷산에 오른 뒤 5분 걷고 5분 뛴 후 집에 돌아오는 하찮은 운동이 무릎을 망치는 속도와 스트레칭으로 무릎이 나아지는 속도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아마도 운동을 한 달쯤 쉬는 게 통증을 없애는 가장 나은 방법이긴 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없애면 문제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처럼 일상에 변변한 대화도 풍경의 변화도 없이 침잠하는 사람은 잠깐 걷고 뛰기라도 해야 정신에 평화가 온다. 요컨대 둘 중 하나를 버리거나 완전히 망치지 않는 상태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무릎은 완치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 매드맥스에는 달리는 차를 세우지 않고 고치는 장면이 나오지만 현실 속에는 매일 쓰는 무릎을 계속 쓰게 놔두면서 고쳐줄 의사가 없으니, 아무래도 이게 종합적 병자의 팔자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