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업체도 내다버린 신발을 고치다

-종합적 야매 신발 수선 이야기

by이건해



한 달 전쯤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신발을 발견했다. 아디다스의 스니커즈로, 컨버스처럼 중창 없이 얇게 만들어져 오래 신기에 편안하지는 않겠으나 짧은 외출에는 나쁘지 않을 물건이었고, 메쉬와 가죽이 적절히 혼합되어 여름에도 덥지 않을 법했다. 사이즈도 내게 맞았다. 당장 탐이 나기 시작했다. 어찌된 일인지 신발이란 색상과 용도를 세분화해서 신기 시작하면 아무리 많아도 더 필요한 게 생기는 탓이다.


나는 일단 그 물건을 주워다 집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집어들 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곧장 수선해야겠다고 결심할 수는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버리는 게 마땅할 정도’로 낡고 헤져 있었기 때문이다. 깔창이 낡아빠진 것은 물론이요, 뒤축도 다 터져서 쿠션이 상당부분 유실되었고, 뒷굽도 당연히 닳았으며, 심지어 밑창의 중간마저도 들뜨고 벌어진 상태였다. 밑창과 갑피 연결부를 보호하는 테두리마저 떨어졌다. 이만하면 신발이라기보다는 ‘신발이었던 것’에 가깝다. 이제야 버려진 게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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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죽은 신발에 가깝다)


덕분에 나는 퍽 오래도록 고민했다. 공을 들이면 수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재미삼아 신발을 수선하는 사람이라 해도 시간을 무한정으로 가진 사람도 아니고 신발 컬렉션을 한없이 늘릴 수도 없으므로 효율을 고려해야 했다. 수선해서 기부한다고 쳐도 시간만으로 고쳐질 상태도 아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폐기였다. 고칠 수 있는 것을 버리는 마음은 가능성의 새싹을 짓밟는 것처럼 씁쓸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수거함에 넣은 신발이 다시 수거함 옆에 나동그라진 것을 발견했다. 수거 업체도 단순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곳이 아니다. 수거 과정에서 아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폐기한 것이다. 놔두면 쓰레기봉투에 들어가 소각되거나 매립될 게 분명했다. 이처럼 같은 물건도 보는 사람에 따라 자원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신발을 다시 주워올 수밖에 없었다. 아예 처음 본 것이면 모르겠으나 일단 한 번 집어다 고민하고 버린 이상 내가 버린 물건이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손보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폐기될 게 확정적이니, 폐기의 바카라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결국 그 신발은 수선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상태가 상상 이상으로 나빠서 평소와 다른 계획을 고려해야 했다. 그 계획이란 인터넷에서 교체용 밑창을 따로 구매해서 기존 밑창을 통으로 바꿔버리는 것인데, 합리적이기론 이게 나았다. 지금의 밑창을 살리려면 뒷굽의 편마모부터 고치고 한 겹을 더 덧대어 전체를 보강해야 하니 작업량도 많고, 들뜬 부분만 부분접착해야 하기 때문에 말끔히 따로 떨어진 접착면에 본드를 바르는 것보다 어려울 게 뻔했다.


나는 수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편한 쪽을 택하고 교환용 밑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신발 밑창 따위를 따로 사는 사람이란 퍽 드문 탓인지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었다. 게다가 가격도 만 원 넘게 들어갈 판이라 생각이 바뀌었다. 기존 밑창을 버리면 결과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고 심지어 돈까지 들어가는데 나 좀 편하자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달리 수선이 안되면 모르겠으나 가능한 판에 굳이 그러는 건 또 마음 속의 기조를 거스르는 짓이었다. 하여간 이상한 재주로 하루하루 번거롭게 산다고 욕을 먹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


아무튼 있는 재료를 최대한 써먹기로 결정한 이상 절차대로 수복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편마모가 심한 뒷굽부터 보조굽을 붙였다. 사람은 대개 두 다리의 각도가 약간 벌어져 있어서 신발 뒷굽의 외측부터 닳게 되어 있는데, 이 편마모를 쉽게 손보는 데에 쓰이는 게 다이소에서 파는 ‘마모된 굽 보수 키트’ 또는 ‘슈즈보드’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사과 한 쪽처럼 생긴 이 고무조각은 어지간한 운동화나 구두 뒷굽의 곡선에 잘 맞게 되어 있는데, 양면테이프 따위가 발라져있는 건 아니므로 접착 작업은 알아서 해야 한다. 나는 수선 워크숍 등에서 남에게 가르칠 때 건조 시간이 빠른 록타이트의 신발 전용 순간접착제를 사용해서 붙이길 권하지만, 그건 단가가 비싼 본드라서 이미 사놓은 클렙페스트 본드를 사용했다. 가죽공예에 많이 쓰이는 접착제로, 톨루엔이 들어있지 않고 투명하며 접착 전 건조가 20분 가량이면 끝나서 유용하다. 접착면 양쪽에 바르고, 건조하고, 드라이어로 가열해서 압착. 그닥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편마모는 해결되었으므로 그다음으로는 밑창과 갑피, 그리고 신발 테두리를 둘러싼 띠의 분리를 손봐야 했다. 중족골, 즉 발가락이 시작되는 관절부 부근은 신발 중에서 가장 힘을 많이 받고 꺾이는 부분이라 유연성이 필수적이므로 유연하고 질긴 접착제를 써야 한다. 다이소에서 파는 브이텍 신발 접착제도 준수하지만, 여기에도 클렙페스트를 사용했다. 접착면이 다시 붙지 않게 벌려놓고 도포하는게 상당히 난해했는데, 실리콘 접착제에서 나온 플라스틱 헤라가 많아서 그걸 끼워놓을 수 있었다. 이 역시 건조 후 고무 띠로 압착했는데…… 고무 띠는 다이소의 캠핑 코너에서 팔던 것이다. 잡다한 물건을 감아서 벨크로로 대충 고정하기 좋아서 잘 쓰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단종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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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할 재료가 연결되어 있으면 벌려놓고 건조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말로는 간단히 설명했으나 테두리까지 재접착한다는 게 대단히 난해한 작업이었고, 나는 작업 내내 새 밑창을 사다 쓸걸 하고 후회했다. 작업 난이도는 물론이고 착화감도 새 밑창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서 못 쓸 물건을 되살리는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이건 별로 경제적인 일이 아니다. 이렇게 낡은 신발은 중고로 만 원이면 살 수 있고, 낡은 밑창을 폐기하고 새 밑창으로 교체하는 정도로 환경의 파괴가 심각하게 가속화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불합리한 짓을 하는 건, 내가 그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더 어려운 작업을 하는 게 재미있을 거라는, 일종의 퍼즐 중독자 같은 심리 탓도 있을 것이다.


밑창과 갑피, 테두리 접착이 끝난 뒤에는 밑창 보강 작업을 했다. 낡아서 갈라지는 부분도 있는 밑창을 그대로 쓸 순 없으니까. 여기에는 쓸만한 재활용 재료가 없어서 테무에서 미리 사서 보관중이던 밑창 수선용 고무판을 사용했다. 다행히 밑창에 굴곡이 없어서 작업은 간단했다. 본을 떠서 고무판을 자르고, 접착면 양쪽을 거칠게 긁은 뒤 접착제를 도포하고 건조 뒤 압착. 접착이 완료된 뒤에는 튀어나온 부분을 칼로 잘라내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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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창 전체의 접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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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압착한 뒤 다시 고무띠로 감아 건조)


이것으로 일단 신발이 신발 비슷한 물건으로 돌아오긴 했다. 그러나 뒤축이 터지고 마모된 것을 그대로 신을 순 없으므로 보강했다. 스펀지가 사라진 부분에 얇은 스펀지를 모양대로 잘라서 붙여넣고, 그 위에 보강재를 붙였다. 물론 이 보강재도 테무에서 미리 사둔 것인데, 유사한 제품이 다 그렇듯이 오래 붙어있을 정도로 튼튼하지 않다. 이건 싸구려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물리적 법칙과도 같다. 신고 벗을 때 바깥쪽부터 강한 힘을 주며 말아올리기 때문에 일반인이 구할 수 있는 접착제로 감당되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은 바느질하는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바느질을 했다. 이렇게 좁은 공간 안쪽을 바느질하려면 휘어진 바늘이 필요한데, 그러면서 손상을 최소화할 만큼 가는 바늘이 없어서 펜치로 잡고 바느질했다. 어차피 접착 테이프 때문에 힘이 들어 펜치를 쓰는 게 낫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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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뒤축 수선은 특히 난해해서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게 결과가 좋다)


그리하여 신발이 마침내 멀쩡한 신발이 되긴 했으나, 신발 테두리 접히는 부분이 갈라진게 붙지 않았다. 이렇게 좁은 면적은 클렙페스트로 감당이 안 되는 모양이다. 결국 이 부분은 신발용 순간접착제를 미량 사용해서 해결했다.


그렇게 완성된 신발을 보자니 여간 뿌듯하지 않았다. 내가 왜 이 짓에 중독되어 있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서지고 붕괴하고 해체된 것을 되돌리는 작업에는 사소하지만 경이감이 있다. 내가 손을 쓰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이 사멸할 존재를 되살리는 작업 역시 그렇다. 반복 속에서 기쁨도 의미도 사라져가고 있어도 뭐 하나는 제자리로 돌려놓았다는 의미가 발생하는 것이다. 고친 신발을 신고 걸을 때마다 그런 의미를 곱씹는 일이란 다른 행위로는 좀처럼 대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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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복원된 이 신발, 코트 밴스드를 며칠 신고 다녀보았는데…… 신발이 얇은 탓인지 아니면 밑창이 너무 낡아선지 한참 걸으면 중족골이 배기는 증상이 있었다. 역시나 밑창을 더 두껍고 튼튼한 것으로 바꿨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뜯어고친 마당에 어쩌겠는가. 깔창들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대충 쓸만한 조합을 간신히 찾아냈다. 신발을 사서 손볼 것 없이 그대로 신던 과거를 생각하면 참으로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이 역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결국은 번거로운 짓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이에 자신있게 반박한다. 번거로운 만큼 오래가는 즐거움이라고.




*추신

제10회 온라인카지노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받고 2023년 2차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저의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이 지금도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낡고 고장난 물건을 고치거나 버려진 것들을 수선하고 중고 거래를 지속하며 느낀 소비 생활의 고민과 의미에 대한 수필집입니다.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소비에도 회의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매해주시면 저의 생계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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