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전거 줄게 헌 자전거 다오

-조강지처가 좋더라, 헌 자전거가 좋더라

by이건해



저번 달부터 자전거를 쉴 새 없이 팔아치웠다. 자전거 수집 취미가 있거나, 관련된 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쓰지 않을 문장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낡은 물건 고치길 취미로 하는 분이고, 낡은 물건의 범위에는 자전거도 포함되어 있는 터라 본의와 무관하게 많은 자전거를 일시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소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부터 괜히 쌓여 있는 물건을 치우자는 가내 캠페인이 강화되어 자전거를 처분하기 시작했으니, 역시 본의 아니게 가시밭길에 던져진 셈이다.


자전거 판매가 뭐가 힘들어 가시밭길이냐는 거창한 표현을 쓰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전거 판매란 정말이지 성가신 작업이다. 물론 중고차 거래만 하겠냐만, 대충 타도 별반 문제가 없는 자전거를 새삼 깨끗이 닦고, 기어와 브레이크 상태와 휠 정렬, 타이어 상태, 녹슨 부분 따위를 점검한 뒤에 내가 또 써야 할 보조 부착품을 떼어내자면 이미 넌더리가 난다. 다른 중고품 판매와 달리 사진 찍어 올리는 건 일로 쳐줄 수도 없다.


그리하여 그렇게 자전거를 장터에 올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내가 원하는 것보다 한참 가격을 내린 뒤에야 문의가 들어온다. 어째서인지 자전거는 값을 깎아달라는 사람이 유독 많은데, 값을 깎아서 바로 사가면 그나마 편하게 진행된 셈이다. 그밖에 궁금해할 것이 워낙 많은 탓이다. 언제 사서 얼마나 탔는지, 타이어의 사이즈가 몇인지,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키가 몇 센티인지, 자기 키가 몇인데 탈 수 있는지 등등 질문이 다양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억지스럽거나 괜한 질문은 없지만 옷이나 전자기기 따위를 팔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하고, 내가 당장 답할 수 없는 것도 많다. 결국 몇 번을 나가서 재확인하고 사양 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고생을 거쳐 약속을 잡았다고 거래가 꼭 잘 되는 것도 아니다. 한 번은 키가 작은 분이 탈 수 있을지 묻기에 팔 길이 때문에 편치 않을 것 같다고 완곡히 거절했는데도 굳이 보겠다기에 약속을 잡고 나간 적이 있다. 뜻밖에도 구매자는 중년 여성이었는데, 자전거를 살펴보더니 사진보다 낡았다고도 하고 그렇게 잘 나가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설명에 뻔히 킥스탠드가 없다고 적어뒀는데 왜 다리가 없냐고도 했다. 나는 슬슬 지쳐서 어지간하면 깎아주고 작별할 각오를 했는데…… 이 구매자, 물어본다고 근처에 있던 남편까지 불러 자전거를 태워보는 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가 좋은 평을 내리길 바랐으나, 그는 기왕이면 좋은 걸 사라며 구매를 기각했다. 결국 시간만 버리고 돌아와야 했다.


다른 자전거가 다 팔릴 동안 팔리지 않은 이 자전거는 이후에 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나, 이번에는 시작부터 값을 깎더니 오만가지 질문을 쏟았다. 그러면서 예약을 걸고 날을 잡더니 하루를 또 미뤘다. 평소라면 거래할 상대가 아니라고 여겼겠으나 이 저주받은 물건을 하루빨리 치우고 싶었던 나는 참고 또 참으며 비대면 거래를 하기로 하고 앞으로 계속 써야 할 자물쇠까지 얹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거래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어 변속에 파악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건 내 잘못이지만, 더 싸게 해주면 사겠다는 제안은 거절했다. 더 싸게 팔기에는 충분히 좋은 제품이었고, 자전거를 하나 더 보유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요구를 추가하는 사람이 이후에 또 문제점을 찾아내어 할인을 해달라고 따질 확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자전거 한 대의 거래가 지연되는 사이에 다른 자전거들은 저렴하게 올린 탓인지 시원스럽게 팔려나갔다. 그중 한 대는 내가 3년 이상 열심히 탄 녀석으로, 관리에 공도 많이 들이고 정도 많이 붙인 물건이었다. 타이어가 마모될 때까지 타서 교체도 했고, 기어도 재조정했다. 그립도 바꾸고 속도계도 부착했으며, 라이트를 거치할 거치대도 추가했고, 다이소에서 스포크 리플렉터도 사다 끼웠다. 빗길도 자주 달리다 보니 물이 심하게 튀기에 흙받이도 설치하고, 그래도 부족해서 플라스틱 판을 덧붙여 연장하기도 했다. 어지간한 부분은 다 손을 본 것이다. 그러니 이만하면 두고두고 마르고닳도록 탈 만도 했으나…… 명백히 그보다 고급한 자전거가 있는 마당에 계속 보유할 명분이 마땅치 않아서 이번에 처분하고 말았다.


잔뜩 손을 본 자전거의 판매는 예상보다 힘들었다. 다른 자전거에서 써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뜯어내고, 그 뒤에는 ‘상품’에 합당한 수준으로 닦았다. 어차피 팔 물건을 왜 닦냐는 사람도 있겠으나, 구매자의 평가는 상당 부분 기분에 달려있고, 기분의 일부는 분명 청결도가 좌우하는 법이니 어쩔 수 없다. 그리하여 적당히 아까운 가격에 올린 자전거는 어느 중년 남성이 사갔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해보려한다는 그는 놀랍게도 기어 변속 방법과 앞뒤 기어의 차이도 모르는 분이었다. 물건을 팔자면 팔린 물건이 잘 활용되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영 팔기 싫어졌는데, 또 새 약속을 잡고 만나서 물건 팔기가 힘들어 그대로 팔게 되었다. 자전거에 얽힌 일상 속의 추억은 그렇게 푼돈을 남기고 떠나갔다. 아니, 너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는 말기로 하자. 톰 터보처럼 유일무이한 자전거도 아니고, 수십 년 탄 것도 아니며 대회나 서울 종주 같은 업적과 함께한 것도 아니니까. 새로운 추억은 다음 자전거와 쌓아나가면 된다.


새 자전거.jpg

(자전거가 있는 풍경은 늘 행복을 주었다)


그렇게 새로이 타게 된 자전거는 아버지가 틈틈이 부품을 하나씩 모아서 완성했기에 어디 제품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물건으로, 기어 자체가 특별히 우수한 탓인지 아니면 정비가 말끔히 된 탓인지 변속도 주행도 상당히 쾌적했다. 페달을 밟으면 그만큼 뻗어나가는 게 ‘근력의 연비’가 좋다는 느낌이 들었고, 기어도 변속할 때마다 곧바로 반응하는 게 다른 세대의 제품을 쓰는 기분이었다. 자전거를 탄다는 건 멋진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리스트에 자전거가 들어가는 건 합당한 일이다.


이렇게 끝나면 결과적으로 다 잘 해결된 일이다. 그러나 잘 굴러가는 이 자전거에도 문제는 있었으니…… 일단 페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자전거의 페달은 신발을 넣는 울이 달려 있어서 페달을 당기는 힘도 활용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 신발로든 클릿 슈즈 같은 효과를 낸다는 건 멋진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장거리 고속 주행을 할 일이 없는 나로서는 그만큼 효율을 끌어올릴 이유가 없고, 걸핏하면 멈춰설 일이 생기는 도심에서 발을 페달에 고정하는 건 귀찮을뿐더러 위험한 일이라 방해 밖에 되지 않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런 고속 주행용 옵션이 달린 자전거답게 킥스탠드가 없었다. 자전거를 잠깐 어디 세울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거친 주행, 고속 주행을 주로 하는 전문가용 자전거에 다리는 없는 게 안전상 낫지만, 자전거를 일상용으로 애용하는 나로서는 반가울 게 전혀 없는 옵션이다. 시장 바닥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마트에 들어갈 순 없으니까…….


그런 이유로 새로운 이 자전거는 상당히 성능 좋고 훌륭하지만 일상 생활에는 살짝 불편한 스포츠카 같은 느낌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손에 익은 조작부 위치가 변하니 어쩐지 남의 물건을 빌려 타는 기분이다. 탈 때마다 주행감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모든 조작이 숨쉬듯 자연스러울 정도로 익숙했던 옛 자전거가 생각난다. 또다시 손보고 부품을 바꾸다 보면 익숙해지겠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엄청 좋진 않았지만 불편할 것 하나 없던 옛 자전거’는 다시 생각날 듯하다. 새것이 좋아도 좋은 게 꼭 행복을 의미하진 않는 것이다.



*추신

제10회 온라인카지노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받고 2023년 2차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저의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이 지금도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낡고 고장난 물건을 고치거나 버려진 것들을 수선하고 중고 거래를 지속하며 느낀 소비 생활의 고민과 의미에 대한 수필집입니다.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소비에도 회의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매해주시면 저의 생계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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