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정류장

bymeldliy

마음의 골목에는 저마다의 정류장이 있다. 늘 어디론가 가기 위해 그곳에 서 있지만, 사실 누구도 그 종점이 어디인지는 알지 못한다. 가야 할 곳을 모른 채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때로 막막하지만, 어쩌면 삶은 정해진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릴 곳이 아닌 정류장들을 기꺼이 거쳐가는 과정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색깔이 푸릇해질 때면 마음은 뚜렷한 방향을 잃고 휘청이곤 한다. 무더운 시절을 지나 가벼운 젊음이 다가올 즈음, 당신은 비로소 그 휘청거림이 방황이 아닌 유연함이었음을 깨닫는다. 가벼운 젊음을 좇아 숨 가쁘게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베란다 한편, 화분에 심어놓은 당신의 젊음이 피어날까 가만히 들여다보던 그 순정한 기다림은, 어느새 마음속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때로는 남들보다 뒤처진 것은 아닐까, 너무 낮은 곳에 고여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하늘에게는 땅과 가까운 사람의 키가 가장 큰 법이니,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걷는 당신의 걸음이 하늘에는 가장 먼저 닿고 있을 것이다.


물길 따라 흘러가면 있을까 생각하며 정류장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어 본다. 타야 할 버스가 맞는지, 이 길이 결국 어디로 데려다 줄지 확신할 수 없는 밤. 그럴 때면 정답을 찾아 애쓰기보다 바위 위에 내려앉은 작은 돌멩이처럼,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본다. 당신에게 닿는 계절의 흐름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는 일. 목적지에 닿는 것보다 중요한 건, 흘러가는 길목 어디쯤 잠시 멈춰 서서 당신 곁의 풍경과 눈을 맞추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잠시 길을 잃어도 괜찮다. 당신이 머무는 모든 정류장에는, 당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정한 풍경들이 이미 마중 나와 있을 테니. 흘러감이 흩날림의 속도로 흩뿌려져, 이 낯선 정류장들이 결국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문장을 완성하는 쉼표가 되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