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둘 거야. 가는 김에 실장도 잘리게 만들 거야.”
그는 이번에는 정말 끝을 보겠다는 듯 말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들이 밖에서 힘들게 배송하는 동안 실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고 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알아서 하라는 말만 돌아온다며, 더는 참지 않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나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자라면 조금 더 나서주었으면 하는 순간이 있었고, 기사들이 왜 서운해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듣는 나도 지쳤다. 그가 실장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오늘도 같은 말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마음속으로 선을 그었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 계속할 생각이라면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떠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이미 대답을 정해놓고 있었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현장은 바빠졌다. 물량이 늘어나니 각자 자기 일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는지, 누가 먼저 끝나는지 하는 이야기가 오갔다. 평소 같으면 흘려들었을 말에도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불만을 오래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 내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이 중요했고, 불필요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누가 화를 내든 내 몫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그 화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다.
차량이 지나가야 할 길을 한 동료가 막고 있었다. 차를 조금 옮겨달라고 했지만 좀처럼 비켜주지 않았다. 그러더니 “니네 팀은 저쪽으로 다녀라”는 말이 돌아왔다. 몇 미터만 움직이면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나도 순간 기분이 상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이 정도도 양보하지 못하나 싶었다. 그에게 일이 많듯 나에게도 나가서 배송해야 할 물건이 있었다. 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늦어지는 시간보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더 불쾌했다.
결국 차는 비켜섰다. 그런데 뒤에서 욕설 비슷한 말까지 들려왔다.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그대로 지나갔지만 마음은 쉽게 지나가지 못했다. 앞으로는 나도 굳이 아는 척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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