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녀다

서울엄마는 처음이야

by하민영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상담을 3회 받았다. 나의 죄바카라감 그리고 분노 -> 나를 더 들여다보기.

부모를 들여다보기 전에 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더 깊이 바라보기.


이 아이는 어머니가 다섯 아들을 갖기 위해서 임신하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아이는 딸이었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아들 다섯을 채우려고 너를 낳았다'라고 했다. 그리고 태어난 지 3일 만에 어머니는 그 아이를 뒤엄자리에 던져놓고 농사일을 나가셨다. 이제 막 시작되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날 농사일이 바쁘셨겠지. 두엄자리도 아지랑이도 이 아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배고파 울다 아무리 울어대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논두렁 바구니에 쌔근거리고 있을 때 뱀이 다가오기도 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큰 언니가 아이를 돌봤다. 큰 언니 등에 타고 놀기도 하고 탁아소도 다녔다. 큰언니는 맛있는 개떡도 먹고, 깨끗한 집에서 깨끗한 옷을 입고, 머리도 예쁘게 깎아주었다. 엄마 같은 언니가 아이 6살에 시집을 갔다.


이 아이는 6살부터 밥을 지었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돌보았다.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를 도와주는 일도 많아졌고, 아이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넘어서 욕지거리와 화를 모두 받아야 했다. 신나게 공기놀이에 빠져 한참 재미를 더해가고 있을 즈음 '민영아! 이 썩은 년 물 안 떠 오고, 밥 안 하냐? 쳐 놀기만 하고"라는 불호령과 등짝에 내려 꽂히는 매질을 견뎌야 했다. 밥상머리에서 혼나기가 일쑤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도, 저녁 늦게 불을 켜고 있는 것도 어머니의 분노가 언제 떨어질지 몰랐다.

큰오빠가 간이 좋지 않았는데 미나리를 캐 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다. 어둑해질 무렵 어머니의 욕과 화를 먹고서야 바구니와 낫을 들고 들판으로 나섰다. 어두워질 때까지 미나리를 캐서 한 바구니 집에 들고 왔다. 가족들은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저만 빠져 있는 푸르스름해지는 저녁이 어찌나 슬프던지.


이 아이는 노는 것만큼이나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뭔가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하루는 친구들을 모아다가 시렁에 얹어놓은 떡을 다 나누어 먹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또 혼났지. 아이는 나눠주고 가져다 주라는 심부름은 곧잘 했지만, 외상을 시키거나 뭔가를 다른 집에서 빌려오라는 것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이 아이가 사춘기 청소년이 되면서 어머니에게 대들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욕을 할 때 같이 핏대를 세우면서 대들고 울었다. 그리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사춘기 이후 어머니와의 이런 피드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 아이가 가장 싫어했던 말은 "이년 저년" "가시네 다 소용없다" "다른 집 자식들은 뭐 해줬는데""작은 딸년은 저 지랄이다." "악무시러럽다(*고되고 힘들다는 표현)" 등등 한탄, 비교, 남녀차별, 타인 욕하기 등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그래도 어머니가 훌륭하다고 혹은 가엽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잘해야 한다며 자신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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