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절판된 나의 첫 바카라

by근아

어느 날 바카라장에서 나를 부르는 바카라이 있었다.

오랫동안 눈길 주지 못했던 바카라.

나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2017년, 글쓰기를 시작하며 나는 그 당시 네 살이던 아들의 말을 씨앗으로 받아 동시를 지었다. 아이의 짧은 문장과 작은 발견들은 글이 되었고, 그림이 되었고, 한 권의 바카라이 되었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호주로 오게 되고 바카라은 절판되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바카라이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네 살 아이의 말,
그 말을 오래 바라보던 내 시선,
그걸 바카라으로 만들던 손.

그때의 나를 믿는 느낌.


그 바카라 안에 남아있는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다시 펼쳐줄래?

이번에는 조금 다른 곳에서.

조금 다른 언어로.


호주에서.
영어로.


'그때의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지 못했다. 호주에 살게 될지도, 영어를 다시 배우게 될지도, 그 바카라이 절판될지도 몰랐다. 시간은 흘렀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바카라 안에 남아 있는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바카라을 펼친다.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나는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던 언어를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를 다시 불러 세운 그 바카라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길을 잃는 날이 오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오래전 내가 만든 그 바카라은, 내가 잊고 있는 길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서.


오늘, 그 기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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