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샘물은 어디에
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 ⑰
제목: 나를 물로 보지 말라고?
부제: 젊어지는 샘물은 어디에
한때 이런 광고가 있었다.
“나를 물로 보지 마!”
“난 노는 물이 달라.”
물처럼 마시는 음료이지만 그냥 물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던 광고였다.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했고, 짧고 재치 있는 카피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억울한 말이다.
나를 물로 보지 말라니.
사실 우리 몸의 상당 부분이 물인데.
성인의 체수분은 대체로 체중의 약 50~60% 정도를 차지한다. 영유아는 이보다 훨씬 높아 70%가 물이다. 나이가 들거나 체지방이 많아질수록 체수분의 비율은 낮아진다.
아기의 얼굴을 보면 우리는 흔히 “물오른 얼굴”이라고 표현한다. 탱탱하고 맑고 촉촉하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피부가 마치 안에서부터 차오른 것처럼 보인다. 반면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는 하나둘 주름이 생기고 피부는 예전보다 건조하고 푸석해진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몸에서 물이 빠졌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 피부의 노화에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변화, 자외선에 의한 광노화, 피부 장벽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래도 수분은 그 가운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고 보니 물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젊어지는 샘물’이다.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다.
두 사람에게는 바라던 아이도 없었고, 넉넉한 살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노래하는 파랑새를 만난다. 그 파랑새가 인도한 곳은 어느 샘물가였다. 할아버지는 목을 축이려고 샘물을 마셨다가 젊은 청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도 그 샘물을 마시고 어여쁜 젊은시절이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 소문을 들은 마음씨 나쁜 할아버지가 찾아와 그 샘물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도 젊어지고 싶었다. 문제는 욕심이었다. 한두 모금이면 될 것을 젊어지고 싶은 마음에 샘물을 마구 마신다. 결국 너무 젊어져 버려 아기가 되어버린다.
어릴 때는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다.
물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물은 부족해도 문제가 되고, 지나쳐도 문제가 된다. 우리 몸은 무엇이든 적절한 균형을 원한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 영양소를 생각하고, 단백질을 먹을 때 근육을 생각하고, 비타민을 먹을 때 건강을 생각한다.
그런데 물을 마실 때는 대개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목이 마르니까 마신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물은 단순히 목마름을 없애는 물질이 아니다.
혈액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우리가 먹은 영양소의 이동을 돕고, 음식이 소화되고, 흡수되는데도 꼭 필요하다. 체온을 조절하며, 몸속에서 수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도 물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인체는 다른 영양소의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3-4주 버틸 수도 있으나 물이 없이는 3~4일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그만큼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다.
그러고보면 인류문명이 오래전부터 강을 따라 만들어진것도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마실 물이 있어야 했고, 농사를 지을 물이 있어야 했으며, 사람과 동물이 살아갈 물이 필요했다.
우리 옛말에 ‘맑은 물 한잔이 보약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이미 물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리고 물을 생각하다 보면 또 하나의 장면이 떠오른다.
먼 길을 걷던 나그네가 목이 말라 우물가에 다다른다. 목을 축이려 다급히 손을 뻗는 나그네에게, 여인은 말없이 버들잎 한 장을 물 위에 띄워 건넸다. 나그네가 물을 급하게 들이켜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르며 마시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물의 성분이 아니다. 미네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도, 얼마나 시원한지도 아니다. 목마른 사람을 살피는 마음, 말없이 건네는 작은 배려다.
어쩌면 우리가 찾던 젊어지는 샘물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