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지 않는 것들

by손서영

요즘 사람들은 시선을 끄는 것, 반짝이는 것에 환호하고 현혹된다. 어떤 것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집착한다. 그 결과 같은 것이 집에 차고 넘쳐도 기어코 자신이 매료된 그것을 다시 가지려고 한다. 어쩌면 모든 비극은 여기서 출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이 가진 더 빛나는 그것을 갖기 위해 우리는 또 우리를 채찍질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에 점점 둔감해지다 못해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밖으로 내던져 버린다.

내가 사랑하는 보호소의 아이들이 나를 반기러 문 앞에 몰려든다. 가슴이 아리고 또 아리게 만드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내눈에는 너무 이쁜데… 그 아름다움을 봐주는 이가 드믈다.


이런 성향은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어쩌다 품종 소형견이 보호소에 오게 되면 입양 문의가 많이 오고, 공고 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입양을 해간다. 누구든 입양을 간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품종 소형견 사진 밑으로 달려 있는 수많은 믹스견들을 봐주는 이는 드물다. 이제 막 어미 곁을 떠나 너무도 나약하고 돌봄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도 많은데 말이다. 그들은 모두 가망 없는 희망의 끝을 잡고 절대 오지 않을 가족을 기다린다. 하지만 대부분은 결국 그 기다림 속에서 짧은 생을 마친다. 더 가슴 아픈 사실은 이 모든 죽음은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매년 매달 매일 유기 동물은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전의 아이가 가고 없는 자리를 다시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아이가 넘치게 들어찬다.

보호소 봉사를 하러가면 맛있는 간식을 섞어서 밥을 주는 일부터 한다. 아이들은 기대에 차서 주위로 몰려든다.


나무는 어린잎이 움트는 봄부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가을까지 최선을 다해 온 힘으로 계절을 보낸다. 그리고 그 화려한 시절을 남김없이 떨어뜨려 버린다. 그것들은 그저 지나간 시간에 불가하다는 듯 본질만 남은 나무는 한점 흐트러짐도 흔들림도 없다. 반짝이던 날들을 우수수 털어버리며 그저 나의 군더더기였을 뿐이라고 말하는 나무. 그리고 그 나무가 가지는 우직한 멋. 요즘은 이런 멋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너도 나도 새로운 것을 걸치고 메고 차고 하며 그것을 드러내려 애를 쓴다. 그래서 나는 겨울나무가 좋다. 나도 그렇게 흔들림 없는 단단한 기둥이 되어 아름답고 새로운 것에 밀려 버려진 것들을 품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날이 좋은 어느날, 저 돌계단 뒤쪽으로 새우도 보인다. 꽃비가 내린 날, 나의 아이들도 꽃처럼 이쁘다.



나의 이런 다짐은 나의 동물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통해 더 견고해지기도 한다. 나는 자주 새벽에 깨는 편인데 그때마다 아무리 졸려도 같이 일어나주는 아이가 있다. 모든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한밤중에 애들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 화장실로 간다. 아무리 조용히 움직여도 ‘별복이’는 어떻게 알고 나를 따라온다. 화장실에 있는 동안 꾸벅꾸벅 졸면서도 내 곁을 지키는 별복이를 보면 난 다시끔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이렇게 단단한 사랑을 품은 별복이를 세상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프면서도 내가 받는 사랑만큼 나의 동물들에게도 베풀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졸린 별복이와 다시 잠자리로 돌아오면 남들이 몰라본 나의 아이들이 내 눈에는 반짝이는 별처럼 총총히 잠들어 있다.

해복이 엄마를 따라 먹이를 구하러 다니던 아기 강아지가 살찜 두둑한 아이로 자라났다. 벌써 8살이다. 언제나 내 곁을 말없이 지키는 소중한 나의 아이이다.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 그 찰라의 순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론 남들보다 반짝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이지만 세상에는 반짝이지 않아도 소중한 것들이 참 많다. 낡았지만 추억이 담긴 지갑, 엄마가 물려준 원피스, 어린 시절을 함께한 나의 늙은 개. 그런 것들이 주는 우직한 멋에 더 관심을 갖어주는 세상이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지 않을까. 휴가철에 하나같이 올라온 해외 휴양지 사진을 보며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을 찾는 이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짝이고 있는 나만의 보석을 찾아 소중히 여겨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 못해 사라져 가는 존재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반짝이지 않는 것들도 오래도록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오늘도 조용히 바라본다.

고양이의 눈은 우주를 품고 있다. 모든 고양이는 보석같은 눈을 가지고 있다. 그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