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저마다 다른 기분 좋은 향이 난다. 나는 자주 아이들의 몸에 코를 묻고 냄새를 맡는다. 그러고 있으면 세상의 걱정들이 스르르 녹아내리고, 어느새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밖에서 힘든 진료를 하거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모든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한테 코를 박고 싶어진다.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애들의 꼬순내와 콤콤한 냄새를 맡는 순간 이상하게 세상은 평온해진다.
아이들마다 냄새의 농도도 다르다.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 아이도 있고, 조금만 가까이 가도 향이 느껴지는 아이도 있다. 나는 유난히 냄새가 잘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특히 소복이, 바둑이, 찡찡이 냄새를 좋아한다.
소복이는 묵직하면서도 고소한 특유의 꼬순내가 난다. 나는 그 냄새가 좋아서 자꾸 코를 들이밀게 되는데, 소복이는 처음엔 참아주다가 결국 슬쩍 자리를 옮긴다. 내가 킁킁대는 게 귀찮은 모양이지만, 그 냄새를 맡는 걸 멈출 수가 없다.
그 다음은 바둑이 차례다. 바둑이는 콤콤하면서도 살짝 단내가 섞인 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배 쪽에서 냄새가 진하게 나서 몰래 코를 가져다 대곤 한다. 하지만 바둑이는 예민한 아이라 조금만 들이대면 빛의 속도로 도망가 버린다. 그래서 닿을 듯 말 듯 조심스럽게 코를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는다.
찡찡이는 갈색 푸들이어서 그런지, 맡을 때마다 초콜릿 향이 난다. 특히 머리 위 냄새가 제일 진하다. 찡찡이가 품에 안기면 나는 자연스럽게 머리 위로 코를 가져간다. 다행히 찡찡이는 세상 둔감함 성격이라 실컷 냄새를 맡게 해준다. 그래서 앞의 두 녀석에게 퇴짜를 맞으면 결국 찡찡이에게 가서 마음껏 초콜릿 향을 맡는다.
그리고 최근 집에 온 동백이는 가장 강력한 향을 지니고 있다. 바로 아기 냄새다. 엄마 젖내가 다 빠지기 전, 그 작은 입을 벌리거나 내 코를 핥아줄 때 풍겨오는 그 향은 정말 몸을 녹여버린다. 이 냄새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이기에, 나는 요즘 틈만 나면 동백이 입에 코를 들이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개에게서 나는 냄새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싫은 냄새가 나는 개를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어떤 냄새를 두고 개 냄새니, 개 비린내니 하는 걸까. 시골에서 아이들에게 파뭍혀 살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혹시 나에게 개 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우리 강아지를 안고 냄새를 맡더니 말했다.
“개들한테서 너 냄새가 나.”
“뭐? 나한테서 개 냄새 나?”
“아니, 귀여운 향.”
그 말을 들은 뒤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같은 향이 난다는 건, 분명 좋은 향일 테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안심되는 향기 속으로, 조용히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