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진짜 권력은 어디서 오는가
지난주 수요일,
같은 팀 닐에게 업무 하나를 물어보러 갔습니다.
통화 중이던 닐은 저를 보더니 손바닥을 들어 '잠깐만'이라는 제스처를 했죠.
저는 자리로 돌아왔고,
통화가 끝나면 오겠거니 했지만 닐은 잊었는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저도 바빠서 그냥 넘어갔어요.
목요일 아침.
닐은 제 앞자리 팀장과 차 수리 얘기로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제가 끼어들었죠.
"나도 작년에 차 수리한 적 있는데?" 닐은 시큰둥했습니다.
"니네 집 근처였겠지. 나한텐 너무 멀잖아."
말은 그렇다 쳐도, 태도가 영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그날 오후, 팀원들 앞에서 제 성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늘 바빠 보이기만 하던 제가
정확히 어떤 업무를,
어느 레벨로,
프로젝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며 일하는지
— 팀원들은 그제야 알게 됐죠.
'쟤는 특혜받는다', '운 좋게 좋은 프로젝트 맡았다'던 소문은
숫자 앞에서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닐이 제 자리로 왔습니다.
"오, 너 지금 먹는 거 요거트야? 뭐 섞어 먹는 거야?
그릭요거트 스타일이네.
근데 진짜 그릭요거트는 말이야…"
나중엔 집에서 그릭요거트 만드는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메일로 보내왔습니다.
오전의 닐과 오후의 닐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었어요.
정확히는, 다른 시그널이었죠.
저는 그날 한 가지를 분명히 배웠습니다.
동료의 온도는 당신을 향한 게 아닙니다.
당신의 '가치'를 향합니다.
이 통찰을 회계 등식으로 옮기면 한 줄이 됩니다.
친절 = (그 사람이 새로 인지한 당신의 가치) − (그 사람이 그동안 들이던 비용)
오전의 닐은 등식의 좌변이 0이었습니다.
그가 인지한 당신의 가치와 그가 들이던 비용이 같았으니까요.
오후의 닐은 좌변이 양수가 됐습니다.
발표를 보고 가치 추정치가 갱신됐고,
그동안 들이던 비용은 여전히 적었으니까요.
그 갭이 요거트 레시피로 정산된 겁니다.
친절은 감정이 아니라,
평가자가 자기 회계장부에서 발견한 미정산 항목입니다.
받아들이기 씁쓸하죠.
하지만 인정하고 나면,
조직에서 친절이 작동하는 세 가지 방식이 보입니다.
평가자가 발견한 갭은
— 옵션으로 보일 때, 부채로 보일 때, 평판 위험으로 보일 때 —
각각 다른 형태로 정산됩니다.
오후의 닐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단순히 "잘못 봐서 미안" 정산이 아니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재평가된 당신이라는 자산에 미리 포지션을 잡은 겁니다.
발표 전 닐은 당신을 평판 채널에 영향 없는 노드로 분류했습니다.
발표 후 닐은 당신을 평판 채널의 잠재 영향 노드로 재분류한 거고요.
그 순간부터 닐의 행동은 미세하게 바뀌는 듯합니다.
친절해진 게 아니라, 자신의 미래 포트폴리오에 당신을 새로 등재한 거예요.
요거트 레시피는 등재 비용이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동료의 친절은 당신을 향한 게 아니라,
그 동료의 미래 자신을 위한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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