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못 한다"고 부른 일의 90%는 거짓이었다

by마찌

월요일 오후 1시 55분.

옆자리 동료가 회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바카라상에 들릅니다.


"이번 인건비 비교 회의 대신 들어가요.

혹시 회의에서 확인해드릴 거 있어요?"


당신 바카라상에는 자료 세 장이 있습니다.


공장 A: 시급 $26, 복리후생은 기본급의 34%, 급여세는 그 안에 포함.

공장 B: 1인당 월 인건비 $8,950, 복리후생 전부 포함.

공장 C: 연봉 $82,800, 복리후생 연 $18,600, 급여세는 연봉에만 7.65%, 주 42시간 근무.


회의 시작까지 3분.

동료가 대신 던질 질문을 지금 정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묻겠습니까.


3초 안에 답이 떠올랐다면,

이 글의 결론을 이미 알고 계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답을 정하지 못한 채 다음 문장으로 넘어오셨다면 —

이 글은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통념의 재정의


많은 온라인 게임인이 자기 한계를 안다고 믿습니다.

"나는 이건 할 수 있고, 저건 못 한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좌표 위에 자기 위치가 단단히 찍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밤 11시, 김대리는 불 꺼진 방에서 잡사이트를 엽니다.


이 회사는 좋은데 직군이 안 맞고,

이건 직군은 맞는데 석박사 우대고,

이건 업종이 완전 다르고.

한숨 한 번에 컴퓨터를 끕니다.

다음 주에 새 공고가 뜨길 바라며 잠자리에 듭니다.


김대리의 머릿속에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르는 단단한 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은 진짜 한계선일까요.

아니면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가정일까요.

venn_diagram.png<업종,직무,지식에 따라 할 수있다고 생각하는 통념>
venn_three.png<맞는 직업을 찾기위해 고려할 점 - 작년 저의 글에서>

적어도 작년까지의 저도 김대리였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테슬라에는

'제1원리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라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일이라면,

정말 안 되는지 한 번 더 의심해보자는 태도입니다.


업계 주류가 자율주행에는 라이다라는 고가의 장치가 필수라고 못박았을 때,

테슬라는 물었습니다.

"왜? 사람은 두 눈만으로도 운전 잘 하잖아?"


image.png<구글 웨이모를 비롯해 주류자율주행차는 지금도 모두 달고있는 고가의 '라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도발이 아닙니다.

한 가지 구분을 강제합니다.

진짜 hard constraint인가.
즉 물리·법·신뢰처럼 절대 못 넘는 벽인가.
아니면 단지 enabler가 빠진 것뿐인가.
즉 무언가가 더해지면 풀리는 문제인가.


라이다 없는 자율주행은 hard constraint가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학습된 비전 모델이라는 enabler가 채워지면 풀리는 문제였습니다.

차이는 한 줄에 있습니다.

"안 된다"고 단정한 사람과,

"뭐가 채워지면 되는지" 물은 사람.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상사가 1:1 회의에서 묻습니다.

"우리 회사가 사설 병원 몇 곳을 인수했어요.

다음달부터 환자 진찰 서비스를 해볼 수 있겠어요?"


작년의 저였다면 즉시 답이 나왔을 겁니다.

"팀장님, 의료법상 라이센스 없는 사람은 진료 행위를 못 합니다.

라이센스 따려면 몇 년이 걸리고…"


지금의 저는 다르게 묻습니다.


진짜 hard constraint는 무엇인가

라이센스 없는 자가 '의료 행위' 자체를 하는 것.

그렇다면 enabler가 무엇이 있으면 가능해지는가


첫째, '의료 행위'가 아닌 '건강 컨설팅' 형태의 법적 구조.

둘째, 진단 플로우차트 수준의 의료 의사결정 데이터베이스.

셋째, 예외 사고를 흡수할 바카라임 보험.


이 세 enabler를 식별하면, 가능한 사업이 됩니다.


생성형 AI는 이 enabler 풀을 지수적으로 늘렸습니다.

법적 구조 검토, 의료 의사결정 DB 설계, 사업 계획 초안

— 어제까지 전문가만 만질 수 있던

거의 모든 것에 우리가 접근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이제 거의 텅 비었습니다.



남은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진짜 hard constraint.
그것을 누락된 enabler와 구분해내는 감각


enabler_map.png<Hard contraint를 제한후 뭐가 필요한지만 찾으면 된다>


지식이나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은 이제 핑계가 못 됩니다.

핵심은

'무엇을 아느냐'에서 '무엇이 Enabler인지'로 옮겨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심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의료 사업의 enabler를 발명해내는 거대한 사고"와

"회의 자료의 빠진 변수를 찾는 작은 사고"가 정말 같은 감각인가.

답은 같다는 것입니다.

시간 스케일만 다릅니다.

매일 받는 자료에서 빠진 변수 하나를 못 보는 사람이,

5년 뒤 자기 인생의 한계선 앞에서 갑자기 빠진 enabler를 발명해낼 리 없습니다.

거꾸로, 매주 받는 자료에서

"이건 뭐가 빠졌지?"를 묻는 사람은

5년 뒤 자기 한계선을 다시 그리고 있을 사람입니다.

미시는 거시의 거울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거시 결정을 내릴 일은 1년에 몇 번 없지만,

미시 훈련의 기회는 매주 수십 번씩 옵니다.

다음의 짧은 사례 하나가 당신의 거울입니다.


자기 진단 — 공장 ABC


오프닝의 회의실로 돌아갑시다.

공장 A, B, C의 인건비를 시급으로 환산해 비교해야 합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공장 B 자료에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근무시간.

월 인건비 $8,950이 주 40시간 기준인지

50시간 기준인지 모르면 시급 환산이 불가능합니다.

답이 25% 이상 어긋나니까요.

동료에게 부탁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공장 B 담당자에게

월 $8,950에 해당하는 평균 근무시간을 물어봐 주세요."


이 답은 회계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도메인 전문성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이 정보에 무엇이 빠졌는지를 즉각 보는 감각'.

이 감각은 AI 이전에도 일 잘하는 사람을 만들었고,

AI 이후에도 일 잘하는 사람을 만듭니다.

AI는 이 감각이 있는 사람의 출력을 100배 증폭시키고,

이 감각이 없는 사람의 부족함을 100배로 노출시킬 뿐입니다.

당신은 어느 쪽이었습니까.

3초 안에 "B의 근무시간이 없네"가 보였습니까.

"어떻게든 계산해보겠습니다"가 먼저 떠올랐습니까.

아니면 "자료를 한 번 더 읽고 싶다"는 충동이 먼저였습니까.

판단의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보였다면 다음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안 보였다면

같은 종류의 자료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식별하는 훈련이,

지금 당신 연봉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입니다.


클로징


회의실에서의 그 3초로 돌아갑시다.

그 3초는 한 자료를 가른 게 아닙니다.

그 3초는 한 사람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을 가릅니다.

매일 같은 종류의 3초가 수십 번씩 옵니다

— 회의에서, 메일에서, 보고서에서, 협업 도구에서.

그 모든 3초마다 같은 질문이 깔립니다.

"여기서 빠진 게 뭐지?"

이 질문을 매일 던지는 사람의 5년 뒤를 그려봅시다.

빠진 변수를 보는 사람은 결국 빠진 enabler도 봅니다.

빠진 enabler를 보는 사람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카테고리가

자기 안에서 점점 텅 비어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한때 단단해 보였던 한계선이,

사실은 식별되지 않은 enabler 목록이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거기서 진짜 핵심역량의 좌표가 드러납니다.

'무엇이 빠졌는지를 보는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이 만드는 다음 한 줄


"그래서 지금,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이것이 AI가 enabler를 무한정 늘린 시대에

남은 거의 유일한 비대체 자산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자료를 받고 멈춰서

"여기서 빠진 게 뭐지?"를 물은 횟수를 세어봅시다.

0번이었다면,

당신은 김대리의 잡사이트 앞에 있습니다 —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의 단단한 선 안쪽에서.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그 선을 의심하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다음 주에는 한 번만 멈춰 보십시오.

묻는 순간, 당신의 한계선이 다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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