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이는 좌표가 있어야 무기가 됩니다. 상위프레임 이야기 —
대리 초였습니다.
협력사 본사 회의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젠다부터 자료까지 모두 협력사가 준비했고,
저는 자리에 앉아 들었습니다.
협력사 PM이 한 시간 동안 시험 진행 상황을 풀어놓았습니다.
첫 번째 시험부터 마지막 시험까지,
차근차근. 옆자리 매니저가 거들었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슈는 컨트롤되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회의실 공기는 부드러웠습니다.
협력사 PM은 회의 끝에 웃으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정리된 내용은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노트를 펼쳤습니다.
손에 든 게 없었습니다.
다음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 모릅니다.
이슈가 몇 개인지 — 모릅니다.
일정 대비 어느 위치인지 — 모릅니다.
가장 끔찍한 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찜찜했지만 그 찜찜함의 정체를 짚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협력사가 한 시간을 다 가져갔습니다.
저는 청중이었습니다.
같은 온라인 게임인이 8년 뒤,
협력사보다 33배 깊은 원가표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같은 사람인데 말입니다.
지난 글들에서 '모방 불가능한 병목',
'빙산을 쌓는다'와 같은 표현으로
'경쟁자가 따라오지 못하는 업무의 압도적 깊이'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마침 이번 주에 적절한 예시가 나와 공유드립니다.
원가계산의 기본 구조는 단순합니다.
재료비, 인건비, 고정비, 변동비, 판관비, 이익, 물류비
— 서로 섞일 수 없는 카테고리로 나뉘고,
각 카테고리는 디테일에 따라 점점 더 깊게 들어갑니다.
재료비 하나만 봐도
어디까지 쪼개느냐에 따라 모델의 깊이가 결정됩니다.
어느 카페에서 멍하니 쳐다본 차트입니다.
향을 중심에 두고,
큰 카테고리(꽃 / 과일 / 향신료 / 견과)에서
점점 바깥으로 갈수록 더 디테일한
향 하나하나로 갈라져 나가는 구조였습니다.
복잡한 정보를 한 장에 압축한 차트는 그 자체로 사고 훈련이거든요.
이런 차트 이야기는 따로 한 편 다루겠습니다.
비슷한 접근으로,
협력사 한 제품의 최종 가격을 정 가운데 두고
큰 틀에서 어떻게 쪼개지는지,
다시 그 안에서 어떻게 쪼개지는지를 AI와 함께 그려보았습니다.
구조를 의도적으로 향미 차트와 같은 방사형으로 잡았습니다.
원가의 결도 향과 마찬가지로
—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더 세분화되니까요.
이어서 같은 제품에 대한 제 가격 모델을 와 함께 다시 그렸습니다.
처음엔 그림이 화면에 안 담겨 압축되느라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협력사 모델과 나란히 놓고 보니 — 저희 모델이 33배 더 컸습니다.
아래 차트의 좌하단 작은 인셋이 협력사 모델이고,
큰 원이 저희 모델입니다.
33배 더 디테일한 모델로 협력사와 마주 앉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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