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보다 더 중요한 기본
같은 입사 동기였다.
같은 회사, 같은 6년차.
박과장은 지난주 사표를 던졌다.
"더는 못 버티겠다"가 이유였다.
다음 자리는 없다.
일단 나와서 찾을 생각이다.
마차장은 같은 주에 협력사 임원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쪽 포지션 한번 해볼래요? 연봉은 꽤 높혀드릴게요."
6년간 회의 테이블 건너편에서 가장 자주 부딪힌 상대였다.
협의라는 이름으로 매주 싸웠던 사람.
전화를 끊고 마차장은 잠시 멍했다.
자기를 가장 미워했어야 할 사람이,
자기를 가장 원하고 있었다.
둘은 같은 시기에 입사해 같은 시간을 일했다.
한 명은 도망쳤고,
한 명은 끌려간다.
무엇이 둘을 갈랐는가.
많은 사람이 이 둘을 구분 못 한다.
왕복 세 시간, 형편없는 복지, 어두운 전망.
일단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준비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이직"한다고 믿는다.
착각이다. 그건 도피다.
그리고 도피하는 자는, 다음 회사가 안 받는다.
고정 수입이 끊기는 리스크를 가볍게 지는 인간을,
어느 회사가 신뢰하는가.
그는 다음 회사 입장에서 폭탄이다.
미국에 와서 처음 들은 표현 중에 "노브레이너(no-brainer)"라는 말이 있다.
뒤돌아볼 것도 없이 무조건 이익인 선택.
이직은 노브레이너일 때만 움직여야 한다.
그 외엔 전부 도피다.
그리고 진짜 노브레이너 기회는, 잡코리아나 헤드헌터 메일함에 없다.
지금 당신과 매일 싸우는 사람들이 들고 온다.
정사 삼국지에 이런 장면이 있다.
관우가 조조에게 한때 항복한 뒤,
결국 유비에게 돌아가려 떠난다.
부하들이 추격을 청하자 조조는 막는다.
"사람에게는 각기 주인이 있으니 뒤쫓지 말거라."
적의 무장을, 적이 살려 보냈다.
삼국지연의에선 한술 더 떠 적토마까지 안긴다.
이 정도 인간은 죽이는 것보다 살려두는 게
더 무서운 자산이라는 걸 조조가 알았기 때문이다.
같은 패턴이 현대 자본주의에도 박혀있다.
1978년 7월, 헨리 포드 2세는 리 아이아코카를 해고했다.
그 해 포드는 약 20억 달러 흑자였다.
잘리는 게 말이 안 되는 실적이었다.
그런데 4개월 뒤,
파산 직전이던 라이벌 크라이슬러가 그를 CEO로 끌어갔다.
적이 자기 회사를 살릴 마지막 카드로 그를 골랐다.
적이 살려두고 싶은 사람을 넘어,
적이 끌어가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런 사람을 절대 가만 두지 않는다.
호이젤은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
인간 행동을 세 시스템으로 분해했다.
지배(Dominance), 자극(Stimulance), 균형(Balance).
적장이 당신을 죽이지 않고 끌어가는 진짜 이유는 손실 회피가 아니다.
지배 시스템의 확장 본능이다.
적이 당신을 제거하면 판은 1:1에서 1:0이 된다.
라이벌은 사라졌지만, 자기 전력은 그대로다.
그런데 당신을 흡수하면 1:1이 2:0이 된다.
본인 전력은 두 배가 되고,
라이벌 진영은 -1. 판이 완전히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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