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사진을 동의 없이 올리는 행위에 대한 얘기
그 사진에 찍힌 카페 손님들은 저마다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을 신상을 해외 로케로 촬영해서 올렸다. 유럽 어느 나라의 카페에서 피팅모델이 쇼핑몰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게시되었다. 물론 옷은 예뻤지만... 내가 눈여겨본 것은 카페의 다른 손님들이었다. 얼굴이 너무나 선명하게 다 나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중 일부는 고개를 돌리거나 머리카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거나 심지어는 바카라으로 가린 사람도 있었다. 찍히기 싫다는 무언의 표시다. 그 외 다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잘~ 나와 있었다.
당시는 GDPR 시행 전이었기도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개인정보라든가 초상권 등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민감하지 않을 시절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카페 사람들은 쇼핑몰 사진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그 이전에 남들 조용히 커피 마시고 있는 카페에서 왜 쇼핑몰 촬영을 하고 지랄인지 어딘가로 꺼져 줬으면 싶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사람 많은 인스타 핫플이나 맛집에서 다른 테이블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의 배경에 한 번쯤은 들어가 봤을 것이다. 인사동이나 서울 번화가를 지나가다가 중국이나 일본 여행객의 사진에 배경으로 찍혀 그들의 SNS에 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사진이 게시되어 있는지도 우리는 솔직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자신도 반대로 SNS, 블로그, 그리고 여기 온라인카지노 같은 공개된 장소에 남의 사진을 의도치 않게, 혹은 잘 모르고 올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가 문제가 되고 어디까지는 괜찮은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나라는 형법상 명예훼손과 민법상 초상권 침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타인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게시한 문제는 주로 민사상 초상권 침해로 다뤄진다. 여기에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표현까지 덧붙였다면 별도의 형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가장 엄격하며, 위반 시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강력한 근거 법령을 가지고 있다.
EU GDPR 제4조 제1항 (개인정보)
개인정보: "식별 가능하거나 식별된 자연인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개인정보로 규정한다.
EU GDPR 제6조 (처리의 적법성)
기준: 개인정보(사진/영상)를 수집, 저장,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모든 행위를 '처리'라고 부르며, 이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만 적법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근거가 바로 당사자의 명확한 '동의(Consent)'이다.
다만 동의만이 유일한 근거는 아니며, 정당한 이익이나 공익, 표현의 자유 등 다른 근거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EU GDPR 제2조 제2항 (가계·개인 활동 예외의 한계)
적용 기준: 순수하게 개인 소장용이거나 가족끼리만 공유하는 사적인 활동에는 GDPR이 적용되지 않는다.
저촉 기준: 여행지에서 찍은 영상을 내 폰에 저장해 두고 혼자 보는 건 합법이지만, 이를 유튜브, 인스타그램, 온라인카지노 등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순간 '사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EU GDPR 제17조 (삭제권 / 잊힐 권리)
기준: 정보 주체(사진에 찍힌 사람)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무단 처리되었을 때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를 가진다.
결국 국내법과 유럽법을 통틀어 위법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은 보통 아래의 3가지이다.
식별 가능성: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으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공개 범위: 개인 소장용인가, 불특정 다수가 보는 인터넷 업로드용인가?
동의 여부: 촬영 및 유포에 대해 당사자의 허락을 받았는가?
여기에 사진의 사용 목적, 상업성, 공익성, 특정인을 강조했는지 여부 등이 함께 고려된다.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집이나 학교, 회사에 그짓말 치고 친구랑 놀러 갔는데 하필 저녁 뉴스에 거리 행인으로 촬영돼서 다 걸렸다더라 하는 얘기들.
뉴스 보도화면에서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이 나오는 것은 일반적인 여행 블로그나 SNS와는 법적 기준이 완전히 다르게 적용된다. 방송 뉴스는 ‘공익성’과 ‘알 권리’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서 어느 정도 예외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공익성 유무의 판단(엄마 나 TV 나왔어!)
우리나라 법원은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가 부딪칠 때, 공익성·보도의 필요성과 개인의 권리를 함께 판단한다.
풍경의 일부인 경우(허용):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몹시 무덥습니다"라면서 명동 거리에 반팔을 입고 부채질을 하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화면은 특정인을 비방하려는 게 아니라 '여름철 풍경'을 전달하는 공익적 목적이 크기 때문에, 얼굴이 조금 선명하게 나왔더라도 초상권 침해로 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의 없는 촬영의 면바카라: 언론 보도는 일일이 길거리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기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한계도 법원이 참작해 준다.
뉴스라도 무조건 제재 대상인 경우(시발 찍지마!)
공익성이 있더라도, 개인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거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면 방송사도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방송 심의 규정이 아주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다.
① 부정적인 뉴스에 얼굴이 노출될 때
사례: "스마트폰 보며 걷는 '스몸비(smombie-스마트폰 좀비)' 위험천만", "비만 인구 급증" 같은 뉴스 보도.
규정: 해당 뉴스 내용이 부정적이거나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제일 때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찍힌 사람이라도 얼굴을 그대로 내보내면 안 된다. 당사자가 "내가 왜 비만/스몸비의 대표 예시로 나와야 하느냐"며 소송을 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뉴스에서는 모자이크를 하거나 뒷모습 촬영 등으로 식별을 막는다.
② 범죄, 유흥가, 민감한 장소 보도
사례: 불법 도박장 단속, 성인 오락실, 유흥가 밤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들.
장소 자체가 오해나 불이익을 부를 수 있는 보도에서는 행인의 식별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성이 특히 높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최근 추세
최근에는 개인정보와 초상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방송 심의 규정도 과거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고 엄격해졌다. 과거에는 단순 스케치(날씨, 출근길 풍경) 화면에서 얼굴이 나와도 그냥 넘어갔지만, 요즘은 지상파나 종편 뉴스에서도 뒤에 지나가는 일반 행인들의 얼굴에 약하게라도 블러 처리를 하거나, 가급적 뒷모습 위주로 촬영해서 편집하는 게 일상적인 매뉴얼로 자리 잡았다. 즉, 방송국들조차도 행인들 소송 무서워서 꽤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실례(excuse 아님)를 통해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한번 알아보자.
① 안전한 범위
군중 및 풍경: 샹젤리제 거리를 넓게 찍었는데, 마침 그 앞에 수백 명의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는 사진. (개개인의 얼굴이 너무 작거나 흐릿해서 누구인지 전혀 식별할 수 없는 경우, 풍경의 일부로 보아 허용)
공적 행사: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Changing of the Guard)이나 우리나라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등의 사진은 수천 명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공적 행사 또는 관광 아이콘이다.
사후 비식별화: 거리 연주자의 얼굴이나 관중들의 이목구비를 모자이크, 블러 또는 스티커로 가린 사진.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음)
② 주의(회색 지대)
공연: 촬영이 허가된 무대 위 배우를 찍어 호의적인 후기와 함께 올리는 경우.
법적으로 업로드 동의를 완벽히 획득한 것은 아니지만, 홍보를 원하는 프로 배우의 특성상 '비상업적 목적'과 '호의적인 칭찬'이 결합하면 현실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묵시적으로 용인될 수 있음.
풀 영상 업로드는 저작권 문제까지 얽힐 수 있으니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해당 사진이나 영상이 상업적인 목적에 이용될 경우(유료 구독 서비스의 콘텐츠, 상품 판매 등)는 문제가 될 수 있다.
③ 위험한 범위
일반인 클로즈업: 길거리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현지인의 모습이 분위기 있어 보여서 동의 없이 얼굴을 확대해 선명하게 올린 사진.
거리 공연자: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온 공연자라 할지라도, 동의 없이 사진을 화면 가득 크게 채워 내 블로그 글의 대표 이미지나 바카라 표지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대중 앞에 나와 공연하는 이상 사진이 찍힐 것 정도는 예상/허용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나 그걸 공개/박제하라는 허락을 한 것은 아님)
동의 없는 동영상: 축제 거리를 걸어가며 브이로그 영상을 찍었는데, 주변에서 축제를 즐기던 일반인들의 얼굴, 목소리, 행동이 무방비로 생생하게 담긴 편집 없는 영상. (사진보다 얼굴·목소리·행동·동선까지 함께 담기는 동영상이 개인정보와 초상권 침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그 쇼핑몰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카페의 일반인 손님들을 당당히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① 몰라서 올렸을 확률(법적 무지)
요새 인터넷 쇼핑몰들은 아마 몇 번 금융치료 받아봐서 알지도 모르는데 당시에는 그런 인식이 별로 없었다.
② 신고가 안 들어와서
외국인들이니 자기 사진들이 한국 쇼핑몰에 올라온 것을 알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마도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해(?)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단, 유럽에서 남의 얼굴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SNS 게시자에게 GDPR이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게시자의 소재지와 활동, EU·영국(얘넨 EU 아니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제공 또는 행동 모니터링 여부 등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진다.
결국 SNS든 유튜브든 블로그든 사진을 올릴 때 가장 안전한 행동 수칙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내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나 또는 내 일행, 혹은 정식 허가된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현지 행인과 연주자의 이목구비는 무조건 흐리게(비식별화) 만들어서 올린다.
법률은 촬영 장소, 사진의 목적, 식별 가능성, 상업성, 공익성 등을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에 “이건 무조건 합법, 저건 무조건 불법”이라고 선을 긋기는 어렵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은 그냥 다 가려 버리는 게 안전하며, 무엇보다 예의 바른 선택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찍히기 싫다면, 남도 찍히기 싫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게시물 작성 원칙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 가까운 경찰서... 아니 AI한테 물어보세요. 동영상에 나오는 군중까지 블러 처리할 수 있어요! 얼굴을 식별하고 나면 동영상이 움직여도 그 얼굴 따라다니면서 블러처리 해준답니다! 몰라서 못했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그럼 우리 모두 즐거운 SNS 및 온라인카지노(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 가득!) 생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