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가족 여행
사람은 떠나도, 마음은 남는다
(대관령의 실버벨교회와 테카포의 선한 목자 교회에서 만난 기억과 사랑)
대관령 초입, 삼양라운드힐로 올라가는 길목 언덕 위에 작은 교회 하나가 서 있다. 높은 언덕 위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붙잡는다. 무심히 지나치려다 발걸음을 멈추고 언덕을 오른다.
교회 이름이 궁금했다.
그 순간, 십여 년 전 뉴질랜드 남섬에서 만났던 작은 교회 하나가 빙의되어 떠올랐다. 테카포 호수 곁에 서 있던 <선한 목자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다.
그때도 그랬다.
분명 아마 그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특별한 생각 없이 교회 주변을 한 바퀴 걸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한 발을 예배당 안으로 들여놓았다. 예배 자리에 앉아 바로 보이는 가로로 길게 만들어진 가로 창을 통해 끝없이 푸른 하늘과 호수를 바라보았고, 그 창문을 통해 남편이 교회 주변을 천천히 걷는 모습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교회 안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를 드렸다.
그 기도 속에는 평소 가슴에 품고 있던 염원들이 하나씩 풀려나왔다.
그때는 몰랐다.
십여 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대관령의 한 언덕 위에서 그때의 마음과 꼭 같은 마음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을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실버벨교회>. 교회 앞에서 눈길을 잡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는 이 교회를 세운 뜻이 새겨져 있다. 부모님의 뜻을 이어받아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평안을 나누어 주고자 작은 교회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2025년 완공된 이 예배당은 24시간 문을 열어두고 누구나 들어와 기도하거나 잠시 머물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곳은 특별한 신앙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여행 중인 사람은 잠시 쉬어갈 수 있고, 마음이 지친 사람은 조용히 기도할 수 있으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할 수도 있다.
결혼을 앞둔 사람은 축복을 간구할 수도 있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앉아 쉼을 가질 수도 있다.
나는 교회 앞 주춧돌에 새겨진 글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이 교회는 나를 위한 곳이 아니라 모두를, 누군가를 위한 작은 공간이구나.’ 그 생각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교회 문이 열려 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구경하러 들어오는 사람 어떤 누구도 막지 않는다.
한 발, 또 한 발 강대상 쪽으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으로 밀려온다.
전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십자가.
나는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예배당의 긴 의자에 앉는다. 눈을 감자 늘 같은 기도가 마음 깊은 곳에서 생각으로 휘몰아쳐 나온다. 남편, 귀한 존재자 큰 아이 아들, 세상 하나인 사위 서 서방, 소중한 딸, 효손 우주. 그리고 나의 마지막 소원. 다 알겠다는 듯 밖의 바람 소리는 조금 멀어지고, 창문 넘어 들어오는 자연광이 소박하고 정갈한 공간에서 고개 숙인 나를 부드럽게 감싼다.
교회는 화려하지 않다. 그런데 온화하다. 따스하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왜 이러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사람의 마음에는 때때로 말보다 먼저 알아보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문득 생각한다.
왜 하필 대관령일까?
대관령은 높은 산과 넓은 목장, 거센 바람과 맑은 하늘, 그리고 겨울이면 모든 것을 덮는 눈이 만나는 곳이다.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도시와는 다른 시간을 품어내고 있다.
그 길목의 언덕 위에 작은 교회가 있다. 자연석으로 만든 외벽과 짙은 지붕, 작은 종탑과 십자가, 아치형 창문이 어우러져 유럽 어느 산골의 오래된 예배당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묻게 된다.
‘여기에 왜 교회가 있지?’
그 낯섦이 오히려 사람을 굳게 멈춰 세운다.
교회의 이름을 다시 바라본다.
Silver 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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