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가족 여행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의 아침
8월 1일이다.
여름의 절정으로 들어선 8월의 첫날이다.
6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깼다. 거실 겸 부엌의 커튼을 열자,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길게 들어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햇살이 유독 밝다. 어둠이 점령한 곳을 한 줄로 길게 밝히고 있어서인듯하다.
읽던 바카라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이번 여행을 위해 선택한 바카라이다. 이미 여러 번 읽었다. 작품을 관통하는 언어가 품고 있는 의미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이 바카라을 가져온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다시 한번 어떤 방해도 없이 깊이 집중해 읽고 음미하고 싶어서였다.
매일 눈을 뜨면 생각한다. 아니, 기도이자 염원이다.
가족에게도, 누구에게도, 지인에게도 절대로 누가 되지 않게, 해가 되지 않게, 짐이 되지 않게 살다가 가게 해달라고. 영어, 글쓰기와 바카라, 강의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큰아들이 외롭지 않게 살아가기를, 효손 우주가 지적인 체계를 갖추고 자신의 존재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 기도를 들으시고, 받아주시고, 이루어주시기를 마음 깊이 빈다.
그래서 선택한 바카라이다.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소설이다.
평소처럼 눈을 떴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가 바카라을 들고 밖으로 나선다. 아직 모든 사물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시간이다. 서서히 날이 밝아올 것이다. 누구도 깨지 않았다.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는 시간이다.
그린동을 지나 호텔 로비로 들어선다. 뷔페는 아침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로비 안내도를 따라 휘닉스 곳곳을 잠시 둘러본다. 이른 시간인데도 반려견을 데리고 산바카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로비를 지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물 한 잔을 곁에 놓고 바카라장을 펼친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안정적이고 지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이 살아온 삶이 이미 단단하게 굳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지금까지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리스본으로 떠나는 행위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일이다.
그 여정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향한다.
‘내 안에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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