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의 끝자락을 향해

세 번째 가족 여행

byMichelle Lyu

31일의 끝자락을 향해

장릉의 고요한 숲길을 천천히 걸어 나온다. 단종의 능을 감싸고 있던 소나무 사이로 하루의 햇살이 기울고 있다.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선다.

이제 영월을 떠나 평창으로 향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봉평의 이른 저녁이 찾아온다. 하루 종일 걸었던 발걸음에는 조금씩 피로가 내려앉고, 우리는 평창의 숙소를 향해 차를 몬다.

운전은 내내 서 서방이 한다. 누구도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차가 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모두가 베테랑 사위만큼 능숙하게 운전할 자신이 없다.

나는 난시가 심해 눈 수술을 한 지 두어 해 되었다. 수술하는 김에 백내장까지 함께 치료했다. 그런데 그 뒤로 영 거리 감각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운전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낸다.

이미 낡아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여러모로 몸의 변화를 인지하고, 느끼고, 경험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삶을 건너고 있다.

철학이라고 해야 할까.

살아오는 내내 나름대로 생과 삶의 철학을 세우려 했다. 교육에 대한 철학도 그러했고, 영문학을 공부하며 만난 인문학 속에서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나만의 생각도 올곧게 세워왔다고 자부한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아온 시간의 끝에서 몸의 변화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스름이 다가온다.

차 안에서 우주와 끝말잇기를 한다. 그러다 어느새 가족 모두가 동참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우주 편에 선다. 그러자 가족 대부분도 슬그머니 우주 편에 선다.

후후.

이쁜 놈.

서 서방이 여정 내내 쉬지 않고 계속 운전한다. 누구도 운전대를 잡지 못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에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점점 커진다.

목적지는 휘닉스 평창이다. 딸이 검색해 보니 영월에서 평창까지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저녁 어스름이 짙어지는 시간, 주차할 자리를 찾지만 쉽게 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그만큼 투숙객이 많다는 뜻이다.

호텔과 콘도, 빌라, 유스호스텔 등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우리가 묵을 곳은 휘닉스 콘도 그린동 204호다.

방 하나에는 우주네 세 식구가 짐을 풀고, 침대가 있는 방에는 남편과 내가 그리고 아들은 거실 겸 주방에 잠자리를 잡기로 한다.

휘닉스 평창은 숙박시설뿐 아니라 겨울 스키와 여름 워터파크, 골프와 산악 레저, 가족시설과 식음시설까지 한곳에 갖춘 대형 사계절 복합리조트다. 해발 약 700미터의 고원에 자리하고 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온몸에 허기가 몰려온다.

저녁 메뉴를 두고 모두의 의견이 분분하다. 휘닉스 안에서 한우를 먹으려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좋은 고기를 먹고 싶기는 하나 여행지의 가격표 앞에서 자꾸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망설여진다.

그 모습을 본 큰아이 아들이 자기가 내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 또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행하며 들어가는 여행 비용이 하나같이 너무 다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여행을 위해 ㅂㄷㅊ에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출강하며 석 달 동안 외부 강사로 수업하며 받은 강사비가 고스란히 이번 여행에 들어가는 셈이다.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편리한 만큼이나 뒤따르는 가성비를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한우를 먹으려 하면 더욱 그렇다. 오늘은 좋은 고기를 먹고 싶다. 그렇다고 굳이 여행지에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싶지는 않다.

거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차를 가지고 나가면 술을 마시기 어렵고, 택시를 타자니 왕복 비용이 너무 아깝다. 그때 문득 식당의 픽업 서비스가 생각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남편이 주도하는 대로 식당을 결정한다. 숙소 인근의 한우집에서 식사하고 식당 차량으로 휘닉스까지 데려다주는 곳을 찾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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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kespeare " 전공. 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이해, 슬롯를 보는 길이 바로 문학이라 생각한다. 내게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타인에게 향하는 창이며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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