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세 번째 가족 여행
마지막 숨결이 머문 곳
무언가 미완의 여운을 가슴에 안은 채 라디오박물관을 떠났다. 오늘 오후의 여정은 딸의 안내로 관풍헌으로 향한다.
주차장을 찾느라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좁은 골목길을 몇 번이나 돌았다. 뜨거운 열기 속에 마침내 다다른 관풍헌 그곳을 찾은 관광객은 오로지 우리 가족뿐이었다. 길가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관풍헌에 들어서는 순간 그 적막이 조용히 마음을 내려 앉혔다.
안내문에 따르면 관풍헌은 영월부 관아의 객사 곧 동익헌으로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단종이 1457년 10월 24일, 열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청령포에 머물던 단종은 대홍수로 인해 이곳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겼고, 자규루에 올라 자신의 마음을 시로 남겼다고 한다. 안내인의 극히 짧은 설명이었으나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영월의 길을 걷노라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느려진다. 동강의 물은 말없이 흐르고 산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바람은 오늘도 능선을 타고 넘어 불어오며 수백 년 전의 이야기를 품은 듯 나뭇잎을 흔든다.
바로 그 길에 바람이 머물고, 한 소년의 마음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관풍헌(觀風軒).
겉으로 보면 너무 소박한 옛 관아의 건물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이곳에 조선의 어린 임금 단종의 마지막 시간이 아프게 머물러 있다. 그러하기에 관풍헌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짧았던 생애와 한 시대의 비극을 마주하게 하는 역사의 공간이다.
1457년, 왕위를 빼앗긴 단종은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다. 열일곱 살. 아직 인생이라는 길을 제대로 걸어보기도 전의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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