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무너뜨리는건 직업의 진입 장벽이 아니라 전문성의 진입장벽일지도?
한 공간을 여러 장의 사진으로 촬영했을 뿐인데, AI가 사진 속 공간의 관계를 파악해 하나의 3D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게시물에서는 GPT 6 - Astra 모델이라고 소개된 사례였다.
단순히 비슷하게 생긴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사진마다 흩어져 있던 계단과 창문, 복층 구조와 가구의 위치를 이해하고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했다.
이 이미지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건축 설계자의 일도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달라질 수 있겠다.
건축가가 없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AI를 어느 정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직 AI는 단순한 질의와 짧은 프롬프팅만으로 인간 수준의 다차원적인 추론과 결과값을 항상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냥 질문만 던지면 굉장히 표면적인 답변을 내놓을 때가 훨씬 많다.
하지만 이것도 학습 구조와 논리 구조, 결론 도출 방식 등을 잘 설계해서 일종의 하네스 형태나 워크플로우로 만들어두면 결과물이 상당히 달라진다.
어쨌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AI 모델의 성능 그 자체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 전문가들의 고객이었던 개인들에게 넘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감각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
인테리어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어떤 공간이 좋은지 알고, 어떤 색과 소재를 써야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이런 것을 암묵지라고 표현한다.
어쨌든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머릿속에는 공간이 있지만 그것을 실제로 만들 방법이 없었다.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평면도나 측면도를 그릴 수도 없었다. 하다못해 3D 모델링을 할 수도 없었다. 학원을 다닐 비용이나 시간도 모자랐다.
구조를 표현하는 방법도 몰랐고, 시공업체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가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설명하면 누군가 그것을 도면으로 그리고, 3D로 만들고, 다시 수정하고, 실제로 시공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해줬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전문성이었다. 사람들은 그 전문성에 큰 비용을 지불해왔다.
그런데 AI가 이 ‘번역 과정’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 공간을 이해하고, 원하는 콘셉트를 설명하면 이미지를 만들고, 조금만 더 발전하면 평면도와 3D 모델링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와버렸다.
관련 한국의 스타트업도 주목 받고 있다.
약간 YC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금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Aside 서비스 같은 팀이 있다.
이건 다음 글에서 소개해보겠다.
어쨋든 그렇게 되면 앞으로 중요한 것은 어쩌면 도면을 그릴 줄 아는 능력보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아는 능력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감각이 있어도 구현 능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는 달라진다.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AI가 구현 능력을 빌려주는 시대가 오고 있다.
처음에는 아마 건축설계사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사용할 거다.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는 식으로 변화가 시작될 것 같다.
그러다 회사에서 여러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처리하게 될 것이고, AI로 만드는 결과물에 익숙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실무자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굳이 조직에 남아 있을 필요가 있나?
내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내가 직접 영업하면 되겠는데?’
여기까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다음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어쩌면 정말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던 고객도 AI를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공간을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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