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접자, 비로소 내 하늘이 보였다.

남의 온도가 아닌, 나의 온도로 산다.

by정명주

어릴 적 내 세계는 부모라는 울타리가 전부였다.

그 울타리는 때로 아늑했지만,

때로는 내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늘하도록

명확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울타리 안에 머무는 한,

나는 평생 누군가가 정해준

그늘의 크기만큼만

자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내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최선으로

나를 세상에 내놓았고,

자신들이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나를 대했다.


그것이 내 기대와 달랐다거나

부족했다고 해서 비난할 마음은 없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처음이며,

부모 역시 완벽할 수 없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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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연구하고 삶을 씁니다. KCI 등재지 논문 저자이자 에세이 작가·번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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