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주제에 부부 대화법에 훈수를 뒀습니다

by복하

사실은 꽤 예전부터, 미혼 주제에 부부 대화법에 훈수를 뒀다. 나이도 어린것이 이리저리 가르쳐대면서 찢어진 관계 조각을 이어 붙이기를 5년째. 미혼 타이틀이 당당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관계에 대한 통찰 하나는 자신이 있었다.


'당신도 읽지 못하는 당신 배우자의 마음, 내가 대신 읽어주리라!'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지만,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남의 머리를 깎았다. 비대면 상담은 꽤 훌륭한 모자였다. 앳된 얼굴도, 어린 나이도, 미혼이라는 사실도 전화기 너머에는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처음부터 제법 그럴듯한 프로처럼 들릴 수 있었다. 적어도 목소리만으로는 말이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스무 살부터 쉰 살이 넘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내담자를 만났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는 상담사의 조건보다 내담자의 이야기가 더 선명하게 놓이곤 했다. 내가 드러나지 않은 채, 내담자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거울을 들어주는 일은 꽤 흥미로웠다.


그러던 내가 드디어, 이제 막 결혼한 부부·커플 상담사가 됐다. 결혼 생활이 또 다른 경력이 될 나에겐 결혼이 무척이나 대수이자 업적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결혼은 오래 바라던 미래이자, 그 미래를 매일 수행하는 현재였다. 그래서인지 좋고 나쁜 일을 겪을 때마다 괜히 조금 우쭐했다. 이제야 결혼이라는 현장에 들어온 것 같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장난이 아니라는 걸 진작에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긴장하게도 만들고 기대하게도 했다.


'그 결혼,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장난이 아닌지 나도 한번 겪어보자.'


마치 오랜 취준생이 첫 취업에 성공한 뒤, 처음으로 느끼는 압박감, 그리고 부조리마저 은근한 허세를 섞어 불평을 섞어 불평하듯, 나도 결혼이 고단할수록 조금은 신이 났다. 결혼식 당일 벌어진 부부싸움도, 신혼여행 첫날 불안정한 마음을 들켜버려 욕실 바닥에 앉아 두 시간을 울며 서로를 다독였던 일도 그랬다. 드디어 내게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겪은 결혼 이야기가 생겼다는 사실이, 조금 민망하게도 반가웠다.


상담을 할 땐 내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내담자의 거울이 되어 온전히 그들의 관계만 비춰야 한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담자의 관계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남의 관계를 들여다본 뒤, 이제 그 거울을 내 쪽으로 돌려보려 한다.


이곳에서는 이론을 앞세우기보다 내가 직접 살아낸 결혼을 쓰고 싶다. 사랑을 제법 안다고 믿었던 내가 어떻게 오해하고, 불안해하고, 상대를 내 방식대로 사랑하려 했는지. 또 그 실패와 회복이 우리 사이를 어떻게 조금씩 바꾸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관계를 안다는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자주 헤맨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함께 나아갈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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