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도 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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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잇슈


나의 어머니가 나를 임신했을 때.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그녀는 식사 한 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물만 마시는 게 고작이었다고. 산모가 실제로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그 오랜 시간을 물만 마시며 버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외갓집 식구들 대부분이 그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떤 의심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태아 때부터 어떤 양분도 받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였고, 그 덕에 평생을 건강 문제와 전쟁을 치르며 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산모가 임신했을 때 아이에게 충분한 영양분을 준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나는 나의 경험을 통해 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엄마를 힘들게 만든 태아였으니. 나를 환영하지 않는 가족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내가 원해서 이 세상의 한 생명이 된 건 아니었지만. 내 존재가 누군가를 괴롭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미움이나 원망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세상은 언제나 그랬다. 내가 뭘 해도 뭘 하지 않아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다. 가장 많은 다수는 역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일 테고.


이십 대 중반 즈음이었을 것이다.

여느 날처럼 늦은 밤. 야행성인 나의 어머니와 형제, 그리고 나는 큰 이모와 함께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같은 날, 비슷한 분위기. 단지 웃고 넘어가는 그런 똑같은 자리가 될 줄 알았지만. 어느 맥락에서 튀어나왔는지 몰라도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 임신했을 때 얼마나 죽을 뻔했는지 알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물만 마시고. 큰 이모가 너 떼버리라고 했었어!"


뭔가 성질이 난 말투로 어머니의 폭탄 같은 말이 터졌고, 당황한 큰 이모는 다급히 외쳤다.


"너는 왜 애한테 그런 말을...!"

"왜, 맞잖아. 근데 애가 너무 큰 상태라 뗄 수가 없었던 거지."

"얘가 진짜...! 그만!"

"..."


놀라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진 나와 멈추지 않고 자신의 원망을 쏟아내던 어머니.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연신 말리던 큰 이모와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도 안 쓰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의 형제.

일평생을 어머니로부터 임신 당시의 상황 때문에 원망을 듣고 성장했기 때문에. 그 말은 단지 내 마음을 짓누르던 죄바카라감에 하나의 추를 더 얹어줄 뿐이었다.


임신 내내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보통이 아니었다던 아이.

그게 내가 평생을 어머니로부터 들은 분풀이였고, 그렇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린 죄인으로서 낙인찍힌 게 익숙한 삶을 살아야 했다.


다만, 이 날의 기억에서 내가 다행이라고 여겼던 부분도 있었는데.

그건 드디어 풀린 큰 이모에 대한 공포심의 원인이 무엇인가였다.


이상하리 만치 나는 어렸을 때부터 큰 이모가 두려웠다. 다른 삼촌, 이모들과는 나름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는데 큰 이모에게만은 그렇지 못했다. 큰 이모가 맛있는 음식도 잘 챙겨주고 부모 대신에 보살펴 줄 때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어렵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리고 어머니의 저 말을 통해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태아 때부터 큰 이모에게 생명의 위협과도 같은 미움을 받으며,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공포의 존재로 각인한 것.


큰 이모가 나의 어머니에게 나를 낙태하라고 몇 번이나 화를 냈다는 이유도 들었다. 나의 형제와 나는 연년생이었는데. 어머니는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간병인이 필요한 산모였고, 나의 형제도 워낙 어린 아기이다 보니, 그 두 사람을 보살펴야 하는 큰 이모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단다.


음식만 먹으면 토하는 임산부인 여동생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카까지. 그 당시 미혼이었던 큰 이모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말귀도 못 알아듣는 태아에게 그 모든 분노를 언어로 쏟아냈을 수밖에. 꽉 찬 분노를 실은 목소리로.


자아가 취약한 인간일수록 가장 연약한 아이, 동물 같은 존재에게 자신의 온 화풀이를 다한다던 말.

나의 스승이었던 모 교수님으로부터 가정폭력 피해자의 사례를 지도받았던 날 배웠던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태아 때부터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직접 체험을 통해 배운 상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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