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퀭해진 눈동자와 회색빛 분위기를 띄는 듯한 얼굴.
그리고 상담사인 나를 바라보지 않는 시선 처리.
그녀는 자신의 우울증을 자각한 지 1년이 채 안 된 온라인 게임인이었다. 언젠가부터 일을 하는 게 끔찍하게 싫어서. 회사 안에서도 어딘가 숨을 장소를 찾아 몰래 숨어있다 나오곤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녀의 마음을 좀먹는 불면증과 그 외 증상들. 그녀는 분명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런 그녀를 만나 상담한 지 4개월 조금 넘짓.
그녀는 약의 복용량을 줄일 정도로 호전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 용기를 내서 회사에 우울증으로 인한 병가 휴직계를 쓰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약물 처방을 해주는 정신과 선생님도 적극적으로 진단서를 써주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와 정신과 선생님의 응원으로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사가 그녀에게 말했단다.
나도 몇 년 전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적이 있어.
그래도 어떻게든 참고 회사를 다녔다. 그러다 보니 살만해지더라.
그러니까 그건 다 의지의 문제야.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마음에는 또다시 깊은 어둠이 깔렸다.
그날은 퇴근하고 12시간 넘게 잠을 잤다고 한다. ‘의지의 문제’라는 말에 또 한 없이 자기 자신이 작아지는 듯해서.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하는 한심하고 못난 사람이라는 것처럼 들려서. 저 밑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오는 수치심에 숨을 곳은 꿈속뿐이었단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었다.
얼마나 그 말이 아팠을까. 자신은 있는 힘껏 용기를 냈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 상사도 자신이 힘들었다던 그 순간에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자신은 회사에서 버티는 걸 선택했겠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버티는 삶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 했다고 해서 타인도 똑같이 버티라고 말하는 건 꽤 위험한 동일시이다. 어쩌면 강요처럼 느껴지는.
그리고 그녀와 상사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녀의 곁에는 나와 정신과 선생님이 함께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진짜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진실로 그녀를 위한 게 무엇인지. 그걸 살펴주려고 하는 사람들. 그래서 침울해진 그녀를 바라보다. 아무 사심 없는 목소리로 툭 던지듯 말을 건넸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어떤 말은 욕설이나 비난 하나 없는데도.
누군가에게는 참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심리적 문제를 의지의 문제라고 하는 말처럼요.
그 말을 끝으로, 상담 시작 때부터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입술 모양은 삐죽삐죽. 이미 서른이 훌쩍 넘은 청년임에도 아직 사람이, 삶이 서툴고 버거운 온라인 게임인. 다들 그래야 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산다고 가족들마저도 그러니까.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 입술을 오물조물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더.
그래도 다행이네요. 저도 정신과 선생님도 모두 당신 편이니까.
진단서 받아서 다시 가요. 필요하면 저도 소견서 써줄게요.
그깟 거 지금 내 내담자가 얼마나 힘든지 10장도 넘게 써줄 수 있는데 뭘.
그러고 터져버린 그녀의 눈물. 평소에 자기 소리를 온전히 내지도 못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엉엉 울지도 못하고, 흡흡, 삼키듯 울어서 더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도망치지 않고, 다시 병가 휴직계 신청을 도전해 보기로 약속해 줘서. 그 자체로도 정말 감사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자기표현 하나도 그들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날 그렇게 누군가의 인생에서 새싹처럼 솟아난 용기 하나.
아직도 함께 잘 가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