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이십니다

칭찬이라는 등불.

by제이

오후 내내 어쩐지 기분이 좋다.

특별히 무슨 좋은 일이 있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지?
아하!
아까 안경점 청년의 그 한마디.

안경테가 부러졌다.
다행히 예전 썼던 안경을 버리지 않았기에 임시로 쓰긴 했지만 불편하다.

안경집에 갔다.
안경테뿐 아니라 렌즈도 바꾸어야 한단다.
몇 년 사이 시력 측정하는 이런저런 기계가 늘어났다.
"저 눈을 바라보세요."
눈동자위치를 렌즈에 표시하는 모양이다.
가만히 점원 청년의 눈을 응시했다.
무테안경 너머의 청년의 눈이 너무나 맑다.
무심결 나온 나의 말.
"어머나 미남이세요."
청년도 얼떨결에 화답했다.
"미녀세요."

칠순 넘은 할머니.
중력의 법칙은 정직하다.
이맛살이 내려와 온갖 주름이 생겼고 눈은 작아졌다.
얼굴 아래쪽도 늘어나니 이런저런 주름이 생겼고 볼살은 쳐졌다.
그리고
타조처럼 늘어난 목주름...
칠순 넘으니 가속노화.
요즘 나는 가능하면 사진 안 찍는다. 사진 속의 나에게 내가 놀란다.
이런 나에게
"미인이십니다." 립서비스를 해 준 청년.

아까 렌즈를 고를 때다.
대여섯 단계 가격에서 나는 비교적 싼 렌즈를 사려고 했다.
그런데 점원은 '마침' 모처럼의 이벤트라며 할인에 할인을 거듭해서 두 번째 단계의 30여만 원짜리 다촛점렌즈를 사게 된 고객이 예뻐 보였을까?

그렇게 맑은 눈을 가진 청년이 거짓말을 할리 있나? 하면서
어쨌든 나의 오후는 그 뻔한 상술의 한마디로 행복했다.

생각해 보니 다른 이들이 칭찬 격려했던 때 나는 행복했구나.
여학교시절, 시험 점수가 좋은 사람은 꼭 호명하시던 과학선생님.
그 칭찬이 좋아 그 과목부터 공부했다.
젊은 시절,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 덕분 행복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끝없는 모래뿐인 것 같은 팍팍한 삶의 시간에도 예전의 그 추억들로 인생이 아름다워 보인다.
'어린 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처럼.
칭찬, 인정, 사랑의 우물..

덩치가 큰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칭찬을 받으면 과학적으로 뇌의 뇌섬엽부위가 활발해지면서 쾌락적 보상이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진단다.
아하, 그래서 안경점을 다녀온 그날 오후 괜히 기분이 좋았구나.

칭찬은 다른 사람에게 선의의 빚을 지우는 것이다.(토마스 브라운)
사람은 남을 칭찬함으로 자기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자신을 상대방과 같은 위치에 놓는 것이 된다.(괴테)
좋은 칭찬 한 마디에 두 달은 살 수 있다. (마크 트웨인)
찬사는 밑천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찬사에 큰돈을 지불한다.(토마스 플러)
칭찬받으며 자란 아이는 감사할 줄 안다. (도로시 놀트)

모든 사람에게는
찾아보면 칭찬할 게 있다.
돈도 들지 않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미운 이에게도 칭찬하자.
더욱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욱.
늙은 할머니 손님에게도.
아!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하는 칭찬이라는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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