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불하셨어요

그분이 이미 지불하셨어요

by제이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국에 처음 온 독일인 한 청년.
말도 통하지 않은 낯선 곳에서 불편하고 불안하다.
어쩌다 들어간 시장에서 놀라운 길거리 음식을 만난다.
국수랑 김치전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값을 치르려니 주인 할머니께서 옆에서 식사하셨던 노인이 대신 값을 치르셨노라고 한다.
얼떨떨하나 감동을 먹은 이 이방인.
순간 한국이 좋아졌다.

새로 간 교회에서 주일예배가 끝나고 식구가 근처 막국수 집에 가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려는데 "저어기 계신 분이 이미 지불하셨어요."
아까 식당에서 얼핏 인사 나눈 교회집사님이 저어기서 손을 번쩍 드신다.

예전 어느 주일날 점심때.
남편은 딴 일이 있어 아들과 나 둘이 근처 시래기감자탕 집에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에 사람이 별 없었는데 맞은편 탁자에서 혼자 앉은 40대 여인.
소주병들과 감자탕이 놓여있다.
식사보다 술을 먹으며 간간이 안주로 감자탕을 먹는 듯.
화창한 봄날의 주일.
무슨 시름으로 이 젊은 여인은 홀로 낮술을 드시고 계실까.
나하고 교회를 나갔으면 좋으련만.
여인은 나갔는데 주인이 음료수 한병을 가져다주신다. "아까 저어기 계신 분이 여기 드리라고 지불하고 가셨어요."
서둘러 밖에 나갔으나 그 여인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그 여인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여인은 장애인 아들과 식사하고 있는 노인을 안타깝게 보고 있었을까?

네 식구가 두부전골식당에 갔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예전 다니던 교회의 집사님 부부가 들어오셨다.
아 저분.
이십 여전, 소년원봉사 다닐 때
검정고시 반이 만들어졌을 때다. 수학을 가르쳐 주실 분이 없는데 기꺼이 시간을 내어 봉사해 주셨던 그분.
정작 본인은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생계로 과외하느라 힘드셨을 때였다.
고액과외.
가족 식사하는데서 빠져나와 그분 테이블로 갔다.
"예전 그 당시 바쁘신데 너무 감사했어요.
덕분에 애들 수학점수가 좋았지요."
"아니요 그때 저를 불려주셔서 너무 감사했지요."
부부는 우리보다 식사를 먼저 끝내고 나가셨다.
우리도 끝나고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이 말한다.
"아까 저어기 계신 분이 이미 지불하셨어요."

생각해 보니 나도 다른 분 음식값을 대신 낸 적이 있긴 하다.

설렁탕집에서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등에 짐을 진 군인 서너 명이 들어와 식사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군인이 무섭기는커녕 귀여워진다.
동생이 아니라 손주 같다.
식사 중 계산대로 가서 그들의 식사료를 대신 지불했다.
군인들은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다 내가 지불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와서 일제히 거수경례 "감사합니닷."


평소 신세를 지고있는 지인.

어쩌다 그날이 그분 생일인걸 알게되었다.

XX양식집에서 고등학생자녀 등 네 식구가 저녁식사를 할 거라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다.

핸드폰으로 그 식당을 알아내었다.

식사비를 내가 폰으로 이체할 테니 주문이 끝나면 나에게 연락해 달라고 했다.

그들이 식사 중 나는 계좌이체를 했고

생일당사자가 계산을 할 때 누군가가 지불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놀라고 기쁠까?

돈을 쓰면서도 내 가슴이 뛰었다.


남편이랑 식당에 갔는데 남편이 음식값을 이인분 더 지불했단다.
저어기 계신 분이 잘은 알지 못하나 일전 온라인 게임선교 연합모임에서 몇 번 뵙던 분이라고.
그분과 같이 온 다른 분까지 이인분 계산했노라 했다.
부부가 식당로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그 두 분도 마저 나와 감사치례를 하면서 새삼스런 통성명을 했다.
"인근에 우리 주말농장이 있는데 잠깐 둘러가실래요?"
얼떨결에 우리는 쪽파와 부추가 한창 자라나고 있는 농장에 가서 그것들을 잔뜩 받아왔다.
며칠 몇 날 쪽파 전 쪽파김치 부추전 부추김치를 맛나게 해 먹었다.

내 먹은 건 내가 지불
너 먹은 것 네가 지불하는 세상이치.
그러나
내 먹은 것 그분이 대신 지불
너 먹은 것 내가 대신 지불은
천국 이치.

마치
내 지은 죄 내가 갚을 길 없어 퍼질고 앉아 넋 놓고 울고 있을 때
그분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며 하시는 말씀.
"내가 너 죗값 이미 지불했다"

그분이
이미
지불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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