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과 딸
성심당이 칠순이 되었단다.
세상 유명해진 빵집.
30~40년간 이어진 우리 가족과의 이야기.
다운증후군 아들의 첫 특수교육은 1980년대 후반, 대전 대흥동에 있는 가톨릭 문화관 사층에 있던 '안당의 집' 조기교육실.
아이를 아침에 교육실에 맡기고 시간 되는 엄마들은 길 건너편에 있는 빵집에 모인다.
누가 들어와도 나가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아 편하게 쉴 수 있는 그 빵집.
근처에 숱한 빵집들이 생겼지만 이 빵집의 맛나고 멋지고 저렴한 빵에 밀려 사라졌다.
어쩌다 이 빵집이 전국구가 되었다.
뜨기 얼마 전만 해도 시간마다 새 빵들이 나오면 종업원이 덤벙덤벙 잘라 샘플로 둔다.
매대를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 맛보는 호사를 누렸는데 이젠 전설.
연말에 얻는 쿠폰 달력으로 달마다 선물을 받았다.
이젠 장사진 치며 기다리는 그 줄을 감당 못해 달력을 포기.
언제고 가고 싶을 때 갔던 추억의 빵집이 이젠 저 다가가기 힘든 '창밖의 여자'가 되었다.
그 동네를 지나칠 때마다 보이는 굽이굽이 장사진 친 사람들.
엄두가 안 난다.
축하할 일이긴 하나 오랜 시간 함께 한 우리 가족에겐 어찌 좀 섭섭하기도 하다.
이제 45살 된 딸애.
8월 생인 그 애가 예전 생일날마다 한 살 어린 동생과 찍은 공식 사진들이 있다.
그 사진의 생일 케이크는 응당히 이집 빵집 것.
그 당시에 이 근처에서 이런 예쁜 케이크는 드물었으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이 빵집에서 예쁜 생일 케이크를 고르는 걸로 우리 집 생일파티 준비는 시작되었다.
성심당이 칠순잔치를 준비하며 이 가게와 관련된 예전 자료를 모집한다기에 딸애의 생일 사진들이 생각났다.
이집 케이크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
개구진 소녀가 처녀가 되어가는 사진들.
물론 지금은 고교생들 아이를 둔 마흔 넘은 아줌마.
지난 추석에 친정에 다니러 왔다가 지네들 식구 네 명이 '망고 시루 케이크 전쟁'에 나섰다.
8시경 나갔던 애들이 세 시간 만에 귀환했다.
전리품 망고 시루를 드디어 사가지고 희희낙락거리며.
왔노라 샀노라 먹겠노라.
이 놀라운 빵집과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이 사진으로 남았다.
그중 몇장.
<1987.6세>
<1993년.12세>
< 2003년 22세 >
< 2025년 42살된 딸이 가족들과 드디어 빵을 사고 기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