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못되면...

세월은 짧다

by제이

숨어 지내며 남 탓 말고 그 자리에서 직시하기.

영어회화 공부 앱인 스픽. ​
예전에 '스픽 천하제일 변명 대회'를 열었다.
항공권과 평생 스픽 이용권이 상품.
당신이 왜 영어 공부를 멈추었는지 핑계를 대라는 것.
"영어 공부를 하다가 왜 그만두셨나요?"
다양한 변명이 나왔다.

17주 된 임산부는
"영어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할 인간이 생겼기 때문에."
어느 한의사는
"영어는 한방에 안되기 때문에"
한 심리 학도는
"영어보다 내 마음이 더 어려워서"
변기도 변명한다.
"자꾸 막혀서요"
present 의미가 '선물, 현재'라는 걸 공부한 어떤 이는
"선물인 현재를 즐기다 보니 "
사우나 세신사는
"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동네 횟집 사장은
"광어, 숭어, 연어는 잡았는데 영어만 못 잡아서"
등등..

세상일 내가 만족하게 돌아가면
'그래, 역시 내가 열심히 했거든. '
그러나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내 인생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그 원인이 괜히 주변인 때문, 나라 때문...
제일 만만한 '부모만 잘 만났더라면'의 금, 은 숟가락 타령이 나온다.

한동안 나는 마음 한편, 내가 원했던 진로를 허락지 않았던 아버지'때문' 섭섭했다. 그곳으로 갔더라면 멋진 인생 살 수 있었을 텐데...
결혼하고 복지가 열악한 80년대, 장애아들 출산 '때문' 나는 이제 행복 끝이라는 절망감.
나를 이용만 하려는 것 같은 주위 사람 '때문' 은근히 억울해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를 도와주는 이는 세상에 없지...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원인이 내가 아니고 남 탓이고 환경 탓.
별것 아닌 것에 섭섭해진다.
때로는 스스로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

칭기즈칸(1162~1227 ).
그는 중앙아시아, 중국, 러시아, 중동 등의 지역을 포함한 인류 역사상 세계 최대 제국 중 하나인 몽골 제국을 건국했다.
그의 어록.


1. 외롭다고 징징대지 마라.
나는 고작 아홉 살 꼬맹이였을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나 이리저리 떠돌며 살았다.
친구라고는 오직 내 그림자뿐 이였는데.
(그는 그 고독을 강인함과 내적 성장으로 승화하여 대제국을 이루었다.)

2. 가난하게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나는 황량한 초원에서 풀뿌리 캐 먹고 들쥐 잡아먹고 살아남았지.
(그는 그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의 강인함을 키웠고 가난은 핑계가 아니라 도전과 극복의 발판임을 보여주었다.)

3.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힘들어?
나의 제국은 병사 10만, 백성은 고작 200만 명이었지.
(몽골은 작은 부족들을 결속시켜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다.
자원은 크기가 아니라 활용하는 자의 지혜와 결단력, 명확한 목표와 단결된 리더십으로 위대한 성과를 내는 것을 보여주었다.)

4. 변변찮은 학벌이 너 앞길을 막는다고?
나는 이름도 쓸 줄 몰랐지.
그러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배움에 열린 마음으로 지혜를 배우다 보니 최고의 자리에 왔거든.

5. 어쨌든 모든 게 막막해서 그냥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다고?
나는 목에 칼을 뒤집어쓰고도 살려고 탈출했지. 빰에 화살을 맞고도 살아났다.
(죽음의 위기, 절망의 순간에 포기하지 않았을 때 그것이 인생을 바꿀 원동력, 전환점이 되더라.)

6. 적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나를 극복하는 순간 위대한 칭기즈칸이 되더라.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는 오직 나 자신뿐.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은 오목렌즈로 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볼록렌즈로 본다.
나처럼 불행한 자 나와보라고.

여고시절, 나는 나름 꿈이 있었다.
넓은 곳에서 나를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5남매가 줄줄이 있는 빠듯한 상황에서 "계집애가 무슨..." 하며 한마디로 거절한 아버지.
돈이 나의 진로를 막는구나.
돈을 벌어야겠구나.
수업료가 적은 국립 지방대학 사범대 영어과에 진학했다.

학교 공부보다 과외지도와 가정교사로 돈 버는데 열중.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새벽에 집을 나설 때도 있었다.
졸업할 즈음에는 그 돈으로 생활비가 충당되고도 남았다.
임용교시가 없던 70년대, 굳이 공부에 전력투구하지 않아도 국립사범대 졸업생은 전원 발령.

교사로 재직할 때는 낮에는 학교에서 밤에는 개인 과외수업으로 한밤중에 귀가.
나름 유명해져서 교장선생님 자녀까지 과외지도했다.
이왕 경제적 문제로 내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돈이 보상.
투잡으로 모은 그 돈으로 부모님은 뒷집을 사서 집을 넓히셨다.
79년경 과외지도가 금지되기도 했고 결혼하면서 이 일은 끝났다.

학교와는 관련이 없이 40여 년을 살다가 얼마 전, 내가 졸업한 그곳
선후배들의 진로를 볼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이 교사, 교장. 장학사 등 중고등학교 관련 직업들이었지만
다양한 직업들이 있었다.
내가 꿈꾸었던 그런 직업들도 물론 있었다...
내가 돈타령을 하면서 복수하듯 고작 돈 버는 과외지도에 청춘의 때를 보내고 있을 때 그들은 같은 그곳에서 그들의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구나.
학교가 나의 한계를 정한 게 아니었다.
학교를 핑계로 나 스스로 나의 한계를 정했던 아까운 시간들.
핑계, 탓, 변명의 함정.

태어나 보니 출발점이 불리한 자들.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내가 돌보아야 할 가족을 가진 흙수저이신가?
가족이 장애인이신가?
어쩌다 인생에서 이런저런 뜻하지 않은 상처로 주저앉으셨나?
모두가 나를 떠나셨나?

내 잘못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상황 탓만 하면 나를 미워하는 것.
상황도 안 좋은데 나까지 나를 미워하는가?
세상 사람 모두 다 떠나가도 내 곁에 나는 남아 있지요.
적어도 오늘 당신이 이 땅에 살아있어 이 글을 보고 계시지 않나?

이루지 못한 나의 꿈.
아니 감히 시도해보지도 못했던 그 꿈들을 이룬 듯 보이는 그들.
그러나 그들도 이젠 나이가 들어 퇴직하고 일을 손 놓기 시작했다.
doing이 끝났다.
평생 그들을 빛내주던 자리가 후광이 사라졌다.
퇴직한 자에게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뿐.
그냥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

결혼 후, 다운증후군 아들의 출산과 반년 간의 입원 투병의 터널을 지나면서 나는 손의 모든 힘이 없어졌다.
도대체 세상에서 무엇을 붙잡을 수 있을까?
나 안의 죄성, 연약함, 무력함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귀한 분을 만난건 인생 최대의 로또였다.
세상에서 어떤 의미보다 귀한 분.. 아니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시는 분.
땅만 보고 살던 나는 신앙을 가지면서 이제는 하늘도 보기 시작했다.
꿈을 꾸고 기도를 한다.
삶의 상처들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었다.

신앙을 가지면서
개인적으로 보수가 괜찮은 영어 과외 대신 오랜 간 성경 통독 인도 봉사.
장애인 엄마들 만나기.
자원봉사로 소년원을 7~8년간 들락거리며 검정고시 영어수업과 성경공부와 상담.

물론 들어갈 때마다 최소한 간식 준비.

퇴소하는 원생에게는 최소한 차비.

면회할 때는 점심 준비.
이 일로 뜻하지 않게 법무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하나님은 돈 이상의 귀한 것들로 나를 만족게 하셨다.
그분의 자녀로서의(being) 기쁨.
doing의 기쁨은 한시적이나
being의 기쁨은 영원하다.

탓, 변명을 하면서 주저앉지 마시라.
청춘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느새 몸이 무너지는 노인이 된다.
당신을 진정 사랑한다면 그 자리에서 귀한 것을 붙잡으시라.
풍족하지 못한 내 형편을 탓하면서 복수하듯 한시적인 것을 추구하며 시간을 보냈던 나.
우리에게 영원한 만족을 주시는 그분을 잡는 일에 핑계를 대며
대신 다른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숨기.

출신 신분도 좋지 않으려니와 직업도 좋지 않고 키도 작은 어느 남자.
스스로 다들 자신을 멸시한다고 생각했다.
세리였던 그는 대신 악착같이 세금을 뜯어내며 부자가 되어갔다.
누가 부자인 나를 감히 무시해?
어느 날, 한 선지자가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고 인정해 주시는 그분을 잡았다.
불쌍한 자신을 세상에서 방어하기 위해 돈을 악착같이 쌓아 모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이름은 삭개오.
그의 신분을, 작은 키를 탓하며 돈 뒤에 숨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예수를 택했다.

나름 오래 살아보니 인생은 1막으로 끝나는 게 아니네.
어릴 때는 가난으로,
결혼해서는 장애인 아들과 부실한 내 몸으로
실패라 생각했던 인생도 happy end로 끝날 수 있네.
패자부활전.
9회 말 역전.
상황 탓보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보이는 최선보다 보이지 않는 영원한 가장 좋은 것을 선택.
물질뿐 아니라 영혼 그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그분을 선택.

예수를 선택한 자들의 지난 이천여 년 동안의 고백.
그들은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유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
(고린도후서 6장 8절~10절)

이 귀한 자리를 선택한 아니 선택받은 자의 자유와 풍요로운 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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