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습 9개월

뭔가 달라졌다 한다

by데이지

“아가씨 이렇게 밥 잘 먹는 거 첨 봐요. 캐나다 돌아가면 나도 수영 배워야겠어요.”

몇 년 만에 만난 큰 올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몸도 단단해 보인단다.(그럴 리가!!)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는 내가 전날 과식했다고 일어나자마자 산바카라하러 나가는 것도 언니에겐 낯선 모습이었을 것이다.


초급반-중급반-상급반. 길고 긴 9개월 간의 수영 강좌가 끝났다. 수영장 가기 딱 좋은 7월부터 시작한 건 좋았지만, 갈수록 깜깜해지는 새벽길은 언제나 낯설었다. 지난겨울, 수영장으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며 올해는 제발 눈이 많이 내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봄꽃이 필 무렵 우리 수업은 마무리됐다.


어지간히도 끈끈한 우리 반 수강생들은 진짜 마지막 쫑파티에서 아쉬워했고, 기약 없이 이 멤버 그대로 또 한 번 만나자 했고, 불콰해진 얼굴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선생님은 A/S 해줄 테니 자유수영 왔을 때 언제라도 물어보라고 하셨다. 이 수영장에 와서 처음으로 전체 과정을 함께 한 수강생들이라 선생님도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둔하디 둔한 수강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줘서 고맙다.

억세게 운 좋은 친구들은 다시 초급반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고, 우린 그들에게 못하는 척하라고 농을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급반일 때 두드러진 실력을 가진 수강생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지 너무 한다고 한 마디씩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배우고자 하는 그들의 진심을 알기에, 그 선택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기에 응원한다.


전체 과정이 끝나니 아쉬움 마음이 가득하다. 중급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따라갔는데 접영을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또 다시 초급반에 등록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피치 못할 일정 외에는 결석하지 않고 9개월 간 집중해서 배운다는 게 목표였고, 나름 성실히 다녔으니 숨 고르기 할 시간이 필요했다. 과연 강습이라는 강제성 없이 취미로 수영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실험해 보려 한다.




사실 수영의 장점은 말할 수 없이 많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이 수영 전도사처럼 만나는 친구들에게 수영하라고 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영을 하면서 굽었던 어깨가 많이 펴졌고 자세가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공복 수영을 한 덕에 군살이 빠졌고, 단백질을 보강한 식단으로 챙겨 먹게 됐다. 당연히 체력이 좋아졌고, 자주 허리가 아프던 증세도 사라졌다. 새벽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8시 30분. 온전히 하루 일정을 소화할 수 있으니 시간을 번 느낌이 드는 건 덤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수영 전후 매일 두 번씩 샴푸 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많이 푸석해졌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손톱이 갈라지고 부러지는 일이 반복됐다. 물안경 때문인지 피부가 건조해져서인지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생겼다(어쩌면 이건 그저 나이 탓일 수도). 새벽 일찍 일어나느라 늘 수면 시간이 부족했다. 갤럭시핏의 수면 점수는 늘 60점을 밑돌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수영장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간도 자유롭게 내 일정에 따라 오전/오후 모두 가볼 생각이다. 하지만 9개월 간의 각고 끝에 얻은 새벽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아침 7시 무렵에 가면 우리 반이었던 친구들을 여전히 만날 수 있다.

지난 수요일,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며칠 만에 갔더니 한 친구가 잔소리한다.

“언니, 왜 이렇게 오랜만이에요. 자유수영이라도 연습 열심히 해야지!”

이런 질바카라이 고맙다. 이 친구들과 오래오래 수영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