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종의 버터떡 (butter tteok)

난이도 ★

by영감산바카라


오븐의 열기가 잦아든 영생교육원에는 잔잔한 라운지 음악과 함께 고소한 버터 향이 나지막하게 깔렸습니다. 401호 실습실은 지난 베이킹 클래스와는 확연히 다른, 서늘하고 긴장된 침묵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작업대 중앙에 놓인 보석함 크기의 상자였습니다. 지혜 선생님은 네일을 하지 않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상자를 열어 보였습니다.



"제가 유학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생소하고 낯선 떡의 식감은 서양인들에게 비호감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K-푸드를 경험하는 것이 서양인들에게 버킷리스트가 되었어요.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국까지 와서 떡 제조를 배우거나 전통주를 배우는 것이 유행이 되었어요. 떡은 기본적으로 쌀을 주원료로 만들어 자연스러운 글루텐 프리(Gluten-Free)라서 슈퍼푸드 내지 건강한 간식으로 알려져 있고요. 우리가 본고장이니까 해외에 나가서도 외국인 친구에게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자, 이것이 오늘 우리가 연구해야 할 비밀의 열쇠입니다."



상자 안에 놓인 것은 찹쌀가루가 가득 담긴 사각형 전통 나무 용기였습니다. 프랑스에서 정통 제과를 전공했던 그녀가 초급 수업이 모두 끝난 뒤 희망하는 수강생만을 남겨 보강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제과의 근본을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버터떡은 겉보기에 상하이의 '녠가오 (年糕)'와 서양의 버터가 만난 퓨전 디저트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디저트의 레시피 뒤에는 숨겨진 트릭이 있습니다."



그녀는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스위치를 켜자 예열되는 오븐의 붉은 열선이 고운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우선 제과에서는 버터를 부드럽게 녹여 액상 형태로 만들어야 해요."



그녀가 스텐 볼에 담긴 고체 버터를 가열하자, 묵직하고 고소한 풍미가 교실 전체로 순식간에 번져 나갔습니다. 비밀을 덮어버리는 완벽한 알리바이처럼 강렬한 향이었습니다.



이어서 볼에 찹쌀가루와 설탕, 신선한 달걀, 우유를 차례로 부었습니다. 그리고 용기 구석에 숨겨져 있던 미상의 가루, 타피오카 전분을 한 꼬집 털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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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일본에서 작가 데뷔해 2023년 리걸테크 스타트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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