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사람에서 다시 배우는 사람으로
새로운 건물,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사람들.
첫 출근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찾아왔다. 7년 동안 익숙하게 드나들던 공간과 얼굴들을 뒤로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 정말 다른 별에 착륙한 기분이었다.
첫날은 그룹사 공동 온보딩 세션이 열렸다. 5년 넘게 교육을 만들고 운영해 온 직업병 탓일까, 교육생으로 앉아 있으면서도 자꾸만 진행자의 말투와 화면 구성, 세션의 흐름을 살피게 됐다.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하지?’
‘저 부분은 왜 저렇게 구성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특히 종이 두 장으로 일하는 방식의 본질을 꿰뚫는 게임 설계는 경탄스러웠다. 어떻게 이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 세션이 끝나자마자 담당자에게 달려가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인지 물어보며 감탄을 전했다. 컨설팅 업체와 함께 만든 게임이라는 답을 들었다. ‘나중에 교육을 만들 때 이런 방식을 활용해보고 싶다.’ 교육을 받으면서도 앞으로 내가 만들 교육을 생각한다. 직업병이다.
감탄의 시간은 짧았고, 현실의 벽은 높았다. 입사 이틀 차에 들어간 팀 위클리 미팅. 분명 한국어와 익숙한 영어 단어들이 오가는데 머릿속에서는 단 한 문장도 조합되지 않았다. 회의 내용의 99%가 이해되지 않는 순간의 아득함이란.
'빠르게 알아듣고 싶다. 나도 이 대화에 끼고 싶다.'
어제까지만 해도 업의 본질을 논하던 7년 차 온라인 게임인이 하루아침에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업무 툴의 변화였다. 노션도 슬랙도 이전 조직에서는 써본 적 없는 낯선 생태계였다. 무엇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질문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뭐 하나 찾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부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가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행히 다음 주에 연휴가 껴 있었다. 이 시간을 전부 공부하는 데 쏟아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수많은 줄임말과 산업 용어, 그리고 슬랙과 노션이라는 낯선 생태계 안에서 나는 길을 잃은 어린아이가 되었다. 툴 하나 다루는 법을 몰라 버벅거릴 때마다 '나 유능한 사람이었는데'라는 과거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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