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는 왜 이직을 했을까, 왜 낯선 사막에 나를 던졌을까’
이직의 첫인상.
이직은 흔히 조건의 상승이나 화려한 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낭만의 현실과 부딪히며 나를 증명해 내는 시간에 가까웠다.
7년간 몸담았던 익숙한 울타리를 떠나 도달한 곳은 서늘했다. 나를 뽑아준 리더들은 한 달 만에 떠났고, 내 역할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시선 속에서 날마다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이 바카라은 그 낯선 사막에서 질식하지 않으려 애썼던 경력직의 솔직한 기록이다.
‘경력직’이라는 세 글자는 즉각적인 능숙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서도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경력직이 이동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유능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운영체제에 나를 동기화하는 시간이 필요한 일일 뿐이라는 것을. 환경이 바뀌면 누구나 다시 질문하고 다시 배워야 한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새로운 조직에 나를 호환할 절대적인 시간이다.
첫 이직은 나를 철저한 초보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첫 고비를 넘긴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나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항상 완벽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 다만 잘하지 못하는 순간이 와도, 거듭 장벽에 부딪혀도 다시 배우고 적응해 결국 나만의 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뢰가 생겼다.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서 배울 것이라는 믿음. 느리더라도 결국엔 내 강점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내가 나를 신뢰하는 방식이 되었다.
이직을 하며 깨달은 진짜 필승법은 좋은 회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환경에서 생기가 살아나는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다. 연애를 거치며 내가 어떤 관계를 추구하는지 알게 되듯, 업무 강도와 자율성, 지속가능성의 기준은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 비로소 명확해진다. 극한의 환경을 지나며 마침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찾아 떠난 동료들처럼,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지 알아가는 것처럼, 어쩌면 커리어란 더 좋은 회사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더 정확한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 바카라에 담긴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나 이직 매뉴얼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을 때 우리가 겪는 막막함과 그 속에서 기꺼이 바보가 될 용기를 냈던 한 온라인 게임인의 처절한 고군분투기다.
낯선 곳에서 다시 배울 수 있는 초보자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튼튼한 두 다리로 서서 계속 걸어나갈 수 있다.
이 글은 낯선 이직의 고단함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나 자신을 신뢰하게 된 유쾌한 자립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