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 행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들의 목록

by여름타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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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신기한 것이다. 힘든 일이 더 많아지기도 하지만 그 힘듦에 어느 정도는 무뎌지기도 한다. 무쇠칼처럼 내 등껍질이 두터워지는 걸까. 강해지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단하면 부러지기 쉽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부드럽고 섬세한 것은 굽으니 말이다. 요사이 나의 부드럽고 섬세한 부분은 코코넛 과육처럼 겉껍데기 안으로 자꾸만 숨는다.


거칠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하루를 마무리할 무렵 내 마음결도 비슷하게 된다. 마음 표면에 잔뜩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손바닥으로 꾹꾹 겉을 정리한 다음 내일도 잘 꺼내 써야 하니 어떻게든 욱여넣고 다음 날을 위해 잠을 청해 본다. 아침이 찾아오면, 눈을 비비고 일어나 다시 마음을 작동시켜 본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해. 그런 날들이 반복이 되면, 마음이란 놈은 무언가를 감지하긴 하지만 보듬고 담아줄 수 있는 그릇은 되지 못한다.


출근길. 다소 텁텁하고 무딘 마음으로 차를 몬다. 이리저리 차들이 끼어든다. 음악을 틀다가 그냥 껐다. 시계를 보니, 오늘도 차를 댈 곳이 없겠구나 싶다. 그러다 문득, 오늘의 글감을 떠올렸다.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들을 '목록'으로 묶어야 하는구나. 뭉툭한 마음을 조금 예쁘게 가다듬어야 행복이 보일 텐데. 문득 웃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꼬리를 아래로 향하게 한 것들은 단순히 중력만은 아니다. 내 마음도 입꼬리를 아래로 향하게 한 장본인이다. 의식적으로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 이렇게 말했다.


난 네가 좋아.


백미러로 나를 들여다본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난 네가 좋아. 지금 모습 그대로.


이상하게 단전 아래에서 기운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내가 한 것은 표정을 조금 밝게 하고, 나에게 상냥한 말 한마디를 해준 것뿐인데 말이다.


다 좋아질 거야. 지금도 다 괜찮아.


거짓말이라도 내 등을 퍽퍽 두드리는 말을 하고 나니 속이 조금 후련하고 시원해지는 것 같다. 동시에 조금 울 것 같은 기분도 되었다. 백미러에 가을빛이 반짝 빛난다. 웃고 있는 내 얼굴에 빛이 반사된다.


아, 고운 가을빛. 감사합니다.


한로로의 음악을 틀었다. 지난봄, 나연님의 추천으로 이 가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아까까지 음악도 잘 들리지 않던 마음이 카멜레온처럼 색을 달리하고 문을 활짝 열어졌혔다.

나도 그녀처럼 외쳐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꺼야.



[사랑하게 될꺼야 -한로로]



영원을 꿈꾸던 널 떠나보내고
슬퍼하던 날까지도 떠나보냈네
오늘의 나에게 남아있는 건
피하지 못해 자라난 무던함뿐야

그곳의 나는 얼마만큼 울었는지
이곳의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후회로 가득 채운 유리잔만 내려다보네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아파했지만 또 아파도 되는 기억
불안한 내게 모난 돌을 쥐여주던
깨진 조각 틈 새어 나온 눈물 터뜨려 보네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사랑하게 될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h0KIWaUEIgQ&list=RDh0KIWaUEIgQ&start_radio=1





<오늘의 글감- 나를 행복하게 한 작은 것들의 목록 >

1) 미소짓기

2) 가을 빛

3) 한로로의 음악

4) 커피 한 입

5)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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